민선자치시대 개막이후 지방선거 때마다 가장 볼썽사나운 것은 공직사회공무원들의 줄서기다. 또 출마예정자들의 정치권 줄대기와 비방전도 한 몫 한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 관여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지만, 선거 때마다 관권 선거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단체장이 바뀌면 공직사회는 물론 유관기관 대표자들까지 대거 물갈이를 단행해 정치공무원 양산을 자초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는 선관위와 사정 당국의 허술한 단속망도 문제지만, 유력 후보자들 스스로 공무원 조직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유혹을 극복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용인지역 공직사회만 보더라도 이미 6월 지방선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직 시장의 재출마 여부는 물론 여야 유력 후보군들에게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일부 공무원들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선거철마다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 줄서기에 앞장선 공무원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역사는 짧지만, 선거가 보여준 학습효과 덕분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모두 네 번의 지방선거를 치렀지만,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와 줄서기는 오히려 악화일로 양상이다. 이는 승진이나 보직인사를 우려한 몰지각한 공무원들이 보여준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당선자들이 철저하게 논공행상 식 인사를 단행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직내부에 떠돌던 살생부 소문이 보직인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가 있으니 선거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권력 장악의 전략일수도 있겠지만, 순수한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는 최악의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정치공무원을 양산하는 것이고, 공직사회의 불화와 주민행정서비스를 퇴보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이든 인사권자야 코드인사를 꿈꾸겠지만, 객관적인 실력과 인간 됨됨이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근 용인시 인사비리사태 또한 이 같은 맥락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지역정가에 따르면 한나라당 용인시장 출마예정자들 중에서는 자신의 공천설을 확산, 각종 루머를 양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또 상대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도 끊이지 않고 있으니 공천 선거전이나 다름없다 하겠다. 일부 출마예정자들은 청와대를 비롯한 거물 정치인들의 계보를 들먹이며, 공직사회와 오피니언 리더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기자는 한 선거구에서 같은 당 출마예정자들로부터 10분 간격으로 공천확정 통보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공천은 발표 순간까지도 수없이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지금 누군가 자신이 공천을 받았다고 떠든다면, 엄청난 오판을 하고 있거나 사기꾼일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정말 유력 후보자라고 해도 섣불리 거짓말로 유권자들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들의 줄서기 폐해는 이 같은 현상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 유력후보에게 선거 관련 정보를 앞 다퉈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직사회가 정치판으로 변하는 것이고, 결국은 나중에 유력 후보자들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