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법 개정안은 민선단체장들의 책임행정 부재에서 비롯됐다. 현행법상 단체장들이 자치단체 경영을 실패해도 법적 제재 근거가 없고 4년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상위법 때문에 자율적 경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얼마든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기초단체장들은 임명직보다는 선출직을 유지해야 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그러나 기초단체장의 임명직 전환, 주민소환, 주민투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선출직 단체장의 선심성 예산집행, 전시성 행사개최 등 방만한 자치단체 경영을 질타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한다.
전국 232개 자치단체 가운데 62%가 자체 세수로는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존폐위협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빚더미에도 경쟁적 축제행사를 개최하거나 채권발행으로 막대한 이자부담에 허덕이는 자치단체가 있기 때문이다. 또 재정수입 증대를 위해 허가를 남발하거나 무소불위의 인사전횡을 일삼아 제왕적 위치를 고수하는 단체장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자치독재’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니 한심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소환제도 도입 등 지돝┨?개정안을 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문제들이 용인시와는 상관없는 일이길 바라지만 걱정이 솔직히 앞선다. 용인시의 세수와 재정자립도는 상위권이다. 자치단체 경영환경은 매우 건강한 상태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지자제 실시이후 폐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곳이 용인이다.
민선단체장과 지역인사들이 각종 개발이권에 연루돼 구속되는가하면 ‘난개발’의 원조라는 불명예를 입기도 했다. 전형적인 지자제법의 폐해가 용인시에서 나타난 것이다. 결국은 국가 개발정책에 지방행정이 밀려 난개발 쓰레기나 치우는 꼴이 됐다.
용인시는 개발도시의 특성상 전문경영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문화욕구는 날로 급증해 고난도의 행정력이 필요한 곳이다.
현직 단체장을 비롯한 시의원들은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임무는 바로 책임행정과 이를 위한 강력한 견제 기능이다. 용인시는 그러나 행정집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에서 추진하는 대형사업들이 수년 째 제자리걸음만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단체장 눈치나 보고, 단체장은 주민들 눈치나 살핀다면 반드시 실패한다. 전체 주민여론을 수렴한 공익사업에는 철저히 집단이기주의를 공세적으로 타파해야 한다. 또한 소수의 이기주의는 철저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단 주민자치 정신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지역여론을 들어보면 “용인시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고 한다. 단체장이나 의원들이 곱씹어야 할 말이다. 성공한 자치단체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중요하지만 단체장의 강력한 추진력이 있을 때 책임행정이 담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