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지만, 유난히 추웠던 겨울 탓에 에너지 절약이 여전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도 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협약 때문에 시끄럽고, 이를 반영하듯 우리나라도 에너지 절약 문제가 적잖은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지난 해 연말 이명박 대통령조차 “나, 내복 입었다”고 했더니 정운찬 국무총리 역시 “저도 그랬다”며 맞장구를 쳤던 일이 언론에 보도된바 있다. 이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환담하던 중 에너지 절약을 위한 내복 착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공교롭게도 용인시가 청사의 에너지 효율성이 낮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시청사에 들어가 보면 춥다고들 난리다.
그나마도 햇살이 들지 않는 응달쪽 좌석 공무원들은 두꺼운 외투까지 껴입고 일한다. 젊은 공무원들도 내복을 입어야 할 판이란다. 복도마다 중간 중간 불이 꺼져 있다. 어둡다 못해 스산한 느낌까지 든다. 민원실 에스컬레이터는 장식용이 된지 오래고, 엘리베이터도 일부 구간은 이용이 제한되어 있다.
세계 경제 불황 때부터 취해진 조치다. 하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건물은 지을 때 잘못 지었다고 치자, 그러면 앞으로 시 공무원은 계속해서 춥고 어둡게 생활해야 한단 말인가. 과연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업무의 효율성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절약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최신식 건물 안에서까지 내복을 입고 겨울을 나야 한다는 것은 정말 비현실적일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효율 정책이 정말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정부의 보여주기식 에너지 절감 정책과 지자체들의 울며겨자먹기식 대책 수립을 보면 후진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청사 에너지 효율이 ‘꼴찌’를 했다는 것. 시 청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호화판이라는 여론의 화살을 맞아왔다. 물론 처음부터 ‘문화복지행정타운’으로 건설되어 외형과 사업비만 보면 호화청사라는 비판을 피할 순 없었을 것이다.
시청사의 에너지 효율성 논란 영향은 급기야 신축중인 수지구청사까지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발표로 이어졌다. 앞서 감사원은 전국 지자체가 건축 중이거나 예정인 대규모 청사에 대한 특별 감사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성남시청사의 호화판 논란과 안양시의 100층 규모 청사 계획발표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청사의 규모나 예산이 아니다. 정부조차 특별한 기준도 없이 무조건 청사규모와 예산문제만 거론한다면 문제다. 그동안 에너지와 관련된 정부 정책 기준이 얼마나 있었는지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건물은 초호화판인데, 냉난방이 안된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어쨌거나 용인시가 발표한 냉난방 문제와 조명 등을 통한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다. 또 시가 현재 공정률 13%로 토목공사를 진행 중인 수지문화복지타운 건립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에너지 효율 1등급 건축물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시는 시청사나 수지청사 모두 계획단계에서는 에너지 효율성이 좋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틀렸기에 뒤늦게 만들어진 에너지 절감 대책들이 너무 즉흥적이거나 눈 가리고 아웅식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