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100여일도 채 남지 않았다. 시·도지사 후보군은 여야 모두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끝낸 상태에서 본격적인 미디어 전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지방자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선거는 지난해부터 출마예정자들이 공천경합을 시작, 예비후보 등록 일을 기점으로 수면위에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선거역시 본선보다는 예선전격인 공천싸움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유력후보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전으로 선거전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선거 역시 정책과 이념보다는 정당지지도가 높은 여당에 후보군이 대거 몰리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됐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정책과 비전보다는 여당 프리미엄을 겨냥한 전략적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정책정당이 되지 못한 결과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출마예정자들이 원하는 것은 안전지대이기 때문이다.
용인시도 시장후보로 거론되는 인사가 무려 2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유독 후보군이 대거 몰린 이유를 분석해보면 현직에 있는 서정석 시장의 정치적 거취를 둘러싼 불안정성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대부분의 예비후보들이 용인시장 자리를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생각한다는 반증이다.
특히 한나라당에 후보군이 대거 몰리는 것은 여당 공천이 곧 당선이란 등식을 굳게 믿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민심의 향배와는 무관하게, 또는 앞으로 어떤 정치적 변수가 있을지도 모를 안개정국을 보며 그들이 선택한 최선책이리라.
출마예정자중 일부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공천권 확보를 위한 전초전이다. 예비후보에게 있어 중앙정치권에 줄을 대는 작업은 기본이다. 지역을 발로 뛰며 저인망식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은 물론 각종 기자회견과 출판기념회 등 선거법이 허용한 범위에서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이맘때쯤 느끼는 것은 선거 구도를 보면 특정 정당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는 여야의 비율, 즉 보수와 진보의 불균형 문제로 확대된다. 게다가 선거결과마저 특정 정당이 싹슬이를 하다보면 지방자치의 본질인 견제와 다양성이 실종되기 마련이다. 당연히 지방자치의 퇴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용인시만 보더라도 현직 시장을 비롯한 시·도의원 대다수가 한나라당 소속이다. 물론 유권자들의 냉혹한 판단임을 존중하지만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매번 지적되는 낙하산 공천 시도다. 이는 지방자치를 정치논리에 입각해 접근하는 것으로 지자체의 고유 특성과 지역민들의 정서를 무시하는 처사다. 자칫 화려한 경력과 명망성만 믿고 외부 인사들을 공천한다면, 설사 당선이 되어도 임기의 절반은 지역을 파악하다가 허송세월을 보낼 것이 뻔하다.
마지막으로 정말 걱정되는 것은 정책과 비전보다는 공천권에 목을 매는 암울한 정치현실이다. 여야 모두 지방선거를 중앙정치판의 대리전쯤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보다는 중앙정치판에 의한 민심의 향배만을 쳐다보고 있으니 과연 지방자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또 다시 지방자치를 실종시키는 선거에 소중한 주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