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손 곤(본지 시민기자
다문화 가정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사회의 가장 큰 아젠다 중 하나로 떠오른 다문화 가정에 대해 중국인이면서 한국인과 결혼, 용인시에 살고 있는 손 곤(본지 시민기자)씨가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국에 시집오기 전에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한국 시어머니가 무섭다는 것입니다. 드라마만 봐도 시집살이 시키는 것밖에 안 나온다. 어떻게 할까? 결혼하지 말까? 부유한 집안에서 외동딸로 살았던 내 성격에 누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면 참을 수 있을까? 잔뜩 겁을 먹었다. 아무것도 안 보고 오직 성실하고 착한 성격에 반한 이 남자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하게 됐다.
그렇게 나의 시집살이가 시작됐다. 아직은 학생 신분인 관계로 따로 나가서 살 수 없어서 1년 동안 부모님이랑 같이 살았다. 그런데 그토록 걱정했던 시집살이는 고사하고 설거지도 안 시키신다. 시어머님을 도와드리고 싶어도 시어머님이 항상 ‘놔둬라. 됐어, 됐어’하신다.
어느새 김장철이 왔다. 생전 처음 김치 담그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일 년에 한번 정도 김장한다는 말은 들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이 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시어머님이 김치를 담그시는데 며느리가 가만히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싶어서 밥을 든든히 먹고 돕는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시어머님은 이번에도 또 “손 묻히지 마라. 놔둬, 놔둬라”하신다. 나는 보기만 하는 게 너무 죄송해서 쉬운 것이라도 도와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럼, 풀 좀 가져 오너라”하신다.
나는 이 시점에서 왜 풀이 필요한지 이해가 안 됐지만, 도와 드린다고 조른 내가 모른다고 하기가 창피해서 영문도 모른 채 정원에 가서 풀을 뽑아와 드렸다. 내 손에 있는 풀을 보시는 시어머님이 깜짝 놀라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는 표정으로 쳐다보시다가 결국에 웃음보가 터졌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는 김치 담글 때 쓰는 찹쌀 죽을 풀이라고 하는 것이다. 시어머님이 손으로 가스레인지에 끓여 놓은 죽을 가리키면서 나한테 알려주셨다. 얼마나 민망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너무 웃겨서 잊혀지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