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예정자들이 연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호화청사 논란을 빚고 있는 행정타운에 제대로 된 기자회견장이 없어 브리핑 룸 옆 기자실(기사 송고실)에서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몰려와 서서 기자회견을 듣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기사 송고실 바로 옆에 번듯한 브리핑 룸을 두고도 말이다. 정치적 목적의 기자회견은 불허한다는 시측의 입장 때문이다. 당연히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회견 당사자나 기자들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일 년에 한두 번 쓰지도 않는 브리핑 룸을 차라리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선거철만 되면 터져 나오는 비판적 여론이다.
시측이 정치적 목적의 기자회견은 브리핑 룸 고유의 사용 목적에 위배되기 때문에 불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행정타운 개청 후 그동안 개인이나 시민사회단체 또는 집단민원 등과 관련해서 여러 차례 브리핑 룸 사용논란이 있었다. 물론 행정당국 입장에서는 난감한 부분도 많았을 것이다.
때론 시장이나 공직사회를 성토하는 기자회견도 있을 것이고,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경우도 있었으니 브리핑 룸 사용을 불허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용인시가 당초 목적과 달리 브리핑 룸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방치한다는데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용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타 지자체들도 고민을 하다가 대안을 찾은 것이 의회 청사다. 의사당은 민의의 전당이기 때문에 명분이 충분하다. 의사당을 민·관·언(民·官·言)이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쓴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도청도 정치적인 기자회견은 도의회 청사를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타 지자체들도 의회 청사 공간에 기자회견장을 설치해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돌아보면 용인시가 거대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출입기자들의 숫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90년대 초 용인군청 시절부터 출입했던 기자의 입장에선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당시엔 전체 출입기자가 기껏해야 20여명 안쪽이었다. 물론 지금은 중앙 신문방송사를 제외한 시 출입통보 언론사만도 50여개에 이른다. 같은 시청출입기자라고 해도 1년 동안 얼굴한번 못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별한 이슈가 있거나 요즘 같이 선거철이나 되어야 한자리에 모일수 있다.
여하튼 고정적인 기자회견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언론과 소통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기자회견장이 꼭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대한민국 최고의 행정타운이라고 소문난 곳에 기자회견장 하나 없다는 것은 언론이나 시민 모두 이해하기 힘들다.
시청사는 정치적 목적의 기자회견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지방의회는 회기만 아니면 텅 비어 있는 공간 아닌가. 또 최근처럼 기자회견을 자처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단체장 출마예정자나 시도의원 출마예정자들이다. 따라서 시의회 청사에 기자회견장을 비롯한 여론소통의 공간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작은 실천이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의를 가꾸는 첫걸음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