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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소방사의 긴급출동

용인신문 기자  2001.03.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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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북소방파출소 소방사 정선아씨


“역북 구급출동! 장소는 역북동 서룡초교 부근 가정주택, 급자내용은 목을 맨 사람임!…”
상황근무자의 구급출동 지령이 내려지고 싸이렌을 울리며 현장을 향하여 긴급히 출동했다.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지 1년여가 지났지만 스스로 목을 맨 사람은 처음이었다. 다행이 현장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현장으로 가는 동안 수많은 생각과 두려운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장에 도착했을때 부인 김영희씨는 매우 흥분된 모습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집안에 들어섰을때 이미 환자는 내려져 거실에 반듯이 누워있었고 목에는 피멍이 깊게 새겨져 있는 상태였다. 신속히 환자를 살펴보니 환자는 이미 동공이 이완되고 맥박 및 호흡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긴급히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을 병행하여 실시하고 환자를 용인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을 하는 중에도 계속 응급조치를 하며 응급실로 환자의 상태와 이송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하지만 이미 환자는 사망이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구급차에 같이 탄 부인은 환자의 손을 두손으로 꼭잡고 흥분하여 울부짖으며 죽으면 아니된다며 몇 번씩 되뇌이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여 환자를 인계한 후 부인을 보니 너무 놀라 몸을 떨며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안스러운 마음에 김영희씨에게 다가가 그녀를 위로하자 그녀는 그제야 사정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목을 맨 환자는 IMF한파로 인하여 사업에 실패하자 매일같이 술로 하루하루를 지내며 사람이 변해갔다고 하였다. 그날도 아침부터 술이 취해서 부부싸움을 한후 부인이 집을 나온 사이에 목을 맨 것이었다. 그녀를 위로한 후 파출소로 돌아온 후에도 내내 씁슬한 기분에 마음이 걸렸다.
IMF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우리의 가장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힘없는 모습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며 삶의 의미와 자아까지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지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주위를 돌아보면 더 어렵고 우리 곁에 다가온 봄의 향기조차도 느낄 겨를이 없는 우리의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된 계기가 되어 마음 한구석자리가 아려왔다.
이제 겨울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이 봄엔 삶이 힘겹고 버겁게 느끼시는 모든 분들께 따사로운 햇살과 삶의 여유가 함께 하길 기도 드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