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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49 | 자정에 일어나 앉으며 | 정철훈

용인신문 기자  2010.05.17 18: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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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 일어나 앉으며

  정철훈

폭풍 몰아치는 밤

빼꼼히 열린 문이 쾅 하고 닫힐 때

느낄 수 있다

죽은 사람도 매일밤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는 걸

내 흘러간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정철훈 시인은 신문사 문화부장이며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북방의식을 지닌 시인으로 읽힌다. 북방은 민족적 시원이었으며 강건하고 웅혼한 대륙적 공간으로 여러 시인들의 문학적 삶의 배경으로 존재한다.
건 레닌뿐이 아니다/한인 혁명가들의 꿈도 물거품이 된지 오래다/이동휘 홍범도 박진순 김아파나시 홍도 김규식 여운형/이 역을 지나 빼쩨르부르근에 당도했을 이름들”이라고 노래하는 시인이 정철훈 시인이다. 그는 미완의 혁명을 쓸쓸하고 애잔하게 노래한다.

「자정에 일어나 앉으며」는 그의 북방의식과는 좀 떨어져 있는 시편일지도 모른다. 아니다. 다시 읽으면 북방의식을 느낄 수도 있다. 폭풍 몰아치는 북방의 어느 날이라고 읽으면 “빼꼼히 열린 문이 꽝 하고 닫힐 때”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죽은 사람들도 매일밤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는 걸” 느낀다면 죽은 사람들은 미완의 혁명에 가담했던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이역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 그들의 미완의 혁명은 지금도 진행 중 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자정에 듣는 바람소리와 문 닫히는 소리는 시적 화자의 미완의 사랑도 돌이켜 가슴 저미는 것이다. 그의 미완의 사랑은 사회적 사랑일 것이다.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