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를 앞둔 13일 간의 공식 선거전이 지난 20일부터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북한군의 소행으로 결론지은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1주기와 맞물려 ‘북풍과 노풍’ 대결구도로 선거판을 예측하는 등 어수선했다.
그나마도 국민들은 선거 현수막이 거리마다 내걸리면서 선거전이 시작됐음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분위기로 보면 선거분위기가 오히려 생뚱맞게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지방선거가 정치바람에 희석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가 야당이 지방선거 이슈로 삼던 4대강과 무상급식 문제 등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야당이 제기해오던 각종 이슈들이 무력화되고 있고, 자칫 색깔론에 휘말릴까 두려워 의혹 제기조차 자제하는 분위기다.
때마침 선거전 첫날 용인신문을 비롯한 용인지역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용인시장 후보 초청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한나라당 오세동 후보가 돌연 불참을 통보해왔다. 처음엔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는 구두약속을 했던 터라 나머지 후보들도 토론회를 준비해왔던 터였다. 토론회를 준비해왔던 언론사와 단체들은 여야의 시장후보들이 결정되기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대표자회의와 실무자회의를 진행해왔다.
이 토론회는 후보자들의 자질을 검증해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돕자는 순수한 의도로 시작됐다.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다. 집권여당 후보가 불참하는 촌극이 또 벌어진 것이다. 이유를 확인해보니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것이다.
주최 측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시장후보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결국 이번 토론회를 준비한 20여개 단체와 구성원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유독 공천 잡음이 많았던 선거임에도 시장후보가 어떤 인물인지 간단한 검증기회조차 박탈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도 투표를 해야하는 용인시민들과 유권자들이 불쌍할 뿐이다. 물론 선관위가 주최하는 토론회가 있긴 해도, 그것만 가지고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후보들은 그래도 이런저런 기회가 있지만 나머지 지방의원들은 아예 후보검증 기회가 차단된 실정이다. 유권자들은 8번의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이름은 고사하고, 선거의 종류와 방법조차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다.
결국 후보자 이름조차 모른 채 투표장엘 갈 것이고, 그나마 성의를 가진 사람 중엔 학연, 지연, 혈연 등을 따져 투표를 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다시 우리는 구시대의 선거판을 그대로 답습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촉박한 시간도 문제지만, 후보자가 유권자와 교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크다는 점이다. 만약 앞으로도 이런 선거를 계속해야 한다면, 선거운동 시간이나 방법 등을 바꿔야 할 것이다.
모두 정책선거를 부르짖지만, 지방선거조차 중앙정치판의 들러리가 되어 앵무새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 가장 큰 현안과 이슈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정책과 공약 등을 분석해보고 투표장엘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엔 유권자들을 믿는다. 아무 생각없이 바람주는대로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쏠림 현상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견제와 균형이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