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배 시인의 ‘시와 풍경사이 / 감동이 있는 시 감상’은 50회를 마지막으로 1년 동안의 시소개를 마치게 됐습니다. 다음호부터는 박후기 시인이 코너를 이어갑니다.
익숙지 않다
마종기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 질까.
마종기 시인은 고독하고 고절한 시인이다. 모국을 떠나 이국에서 모국어로 치열하게 시를 써왔기 때문이다. 그가 외로울 때 그를 잡아줄 사람이 없었던 이국의 고적감을 그는 시에 기대어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마종기 시인의 시편들은 언제나 진솔하고 진지하다. 그리고 내출혈이 심했던 시인이다. 내출혈 때문이겠지만 고백적 서술이 그의 시편을 지배한다. 그만큼 깨달음이 깊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익숙지 않다」는 세상 사는 일의 낯섦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시편이다. 그리고 세상 살이의 서툼에 대한 고백이다. 자연의 무연한 모습 앞에서 낡아가는 생이 낯설고, 가난한 마음을 말하는 종교가 낯설고, 따뜻한 삶이 어떤 삶인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친구의 유골을 뿌리는 내 육신의 침몰도 낯설고, 이제는 눈물까지도 아니, 나이들어 들리는 이명까지도 낯선 것이다. 이 낯섦은 스스로 세상을 벗고 무덤에 들고나서야 낯익은 것들로 환하게 보일까?라고 자탄하지만 삶은 언제나 낯설어 우리들을 설레이기도 하는 것이어서 낯섦은 축복일 수도 있겠다.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