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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승하(중앙대 교수)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아픔을 보듬는 시인의 ‘생명의식’ 혹은 ‘생명을 가진 것들에 대한 측은지심’이 주를 이룬다”고 평했다.
오춘옥 시인은 ‘시인의 집짓기’를 부제로 한 「거미줄」 을 통해 시와 시인의 존재를 말한다. 시인은 스스로 아주 연약한 언어의 줄로 허공에 지어진 한 채의 집이 되고 싶어 한다.
“처마와 서까래는 되도록 낮추거라/ 머리 이마 부딪칠 때마다 몸도 함께 낮추거라/ 아프게 깨워가라는 어미의 청이 있었나/ 머뭇거리다 한 줄, /뒷모습도 버리지 않고 끌고 가는 외줄타기 /어둠 한 삽, 구름 두 짐 지고 오르는 허공의 집짓기 …(중략)… 제 속의 깊은 것들 꺼내 집을 짓는 저녁 거미처럼/ 나도 내 몸 꺼내 어느 먼 궁창에/ 한 채 집이 되고 싶은 날” ―「거미줄」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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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행간마다 조용한 감동을 전해주는 독특한 시의 DNA를 숨겨 놓았다. 그녀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때론 절망을 다독여주는 어머니와 누이의 낮은 목소리를 만날 수도 있고,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을 추억할 수 있는 다양한 문장의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
“여름 내내 들에 일 나갔다가/ 설악산 산머리에서 붉은 머리띠 동여매고/ 하루 사십 미터씩, 온 산을/ 저희들 색깔로 물들이며 내려온다는// 그들은 세상에 꼭 한마디, /뜨겁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다” ―「단풍」 전문-
시인 역시 살아온 세월이 고단함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뒷모습이 말했다』의 마지막 시편들까지 모두 읽고 나면 풍요로운 가을 한 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오춘옥 시인은 1961년 용인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시비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도서출판 모아드림, 127쪽,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