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1996년, 인구 27만 명의 용인군이 도농복합시로 시승격을 했다. 2010년 현재 용인시 인구가 86만 명을 넘었으니 놀라운 변화다. 1990년대 초 만해도 시 전체 인구가 18만 명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시절 개발 계획대로였다면 올해는 인구 100만의 광역 행정시대가 됐어야 했다. 이젠 그야말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시대가 됐다.
용인출생이 아니어도 용인선거구에서 시장이나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서울처럼 거대 도시가 아님에도 불과 10년만에 전형적인 도시화 현상이 일어났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지역에 대한 정체성과 애향심의 실종이다. 어떤 도시도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형성된 지역의 정체성과 애향심이 없이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그래서 시장을 비롯한 선출직 인사들의 마인드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물론 지역 출신들이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때도 있다. 하지만, 지역을 너무 모르거나 무시하면 지역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상황도 생긴다. 용인시는 제2도약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 동안은 개발과 난개발 치유 행정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복지와 문화예술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그리고 개발에서 소외된 동부권 지역에 집중적인 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
솔직히 그동안 용인서부지역 난개발 치유를 빌미로 처인구민들이 상대적인 소외를 받았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극단적으로 최근 처인구 4개 동민들이 열광하고 있는 금학천과 운학천 자전거 보행도로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사업들에 비하면 저예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업 중의 하나다. 자전거 보행도로는 경기도와 용인시가 생태하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해왔다. 이제 웰빙 붐을 타고 자연스럽게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은 도시지역에만 있었지, 처인구에서는 그림의 떡이었던 문화였다. 용인시청에서 운학동을 경유해 별미 마을까지 왕복 20여 Km에 달하는 하천도로를 걷거나 자전거를 탈수 있으니 오히려 이젠 용인 최고의 운동코스가 된 셈이다. 이 코스가 모현면까지, 그리고 서부지역까지 연결될 수만 있다면 지역화합차원에서도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올해부터는 용인마라톤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는 경안천 발원지이기도 해 의미가 더욱 크다. 지난해엔 현충탑이 있는 중앙공원을 생태공원으로 정비를 완료했고, 늦은 감은 있지만 용인사거리에서 용인IC까지 도로 확포장 공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그리고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경전철이 7월 개통 예정이다. 이제서야 용인시청이 자리잡고 있는 처인구가 도시다운 면모를 조금씩 갖췄다는 게 시민들의 평가다. 하지만 그 사이 도·농간 문화수준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같은 용인시일지라도 문화·경제적인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필자는 시 전체 면적의 70% 수준을 차지하고, 원주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처인구를 중심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애향심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개발논리로 텃새를 부리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정치적으로, 또는 유권자 머릿수로 정책을 판단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자칫 지역의 정체성까지 뒤흔드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부터 다시한번 용인의 정체성과 용인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