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가 공식 출범했다. 역시 첫 번째 화두는 인사(人事)다. 지자체의 성공여부를 인사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새로운 단체장이 취임 할 때마다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민선4기 서정석 시장 취임에 즈음해서도 ‘인사가 만사’라고 주장한바 있다. 첫 인사부터 객관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강도 높은 지적을 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귀를 열지 않아 인사 불명예까지 입게 됐다. 임기 말 즈음, 필자가 그를 만났을 때는 후회막급하고 있었다.
조선 제4대왕 세종의 용인(用人)술은 지금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유독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던 왕이 세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대사회 국가를 비롯한 지자체와 기업들까지 주목하고 있는 세종의 용인술은 무엇이었을까.
세종은 첫 번째 용인술로 마음이 착한지를 보았다고 한다. 이는 착한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처음엔 굼뜨고 실수도 하지만 갈수록 더욱 조심해 책무를 완성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능하다고 알려진 자들은 처음에는 능숙할지 몰라도 나중에는 개인적인 일을 구제하는데 급급하다고 본 것이다.
다음은 열정을 보았다고 한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와 지자체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실을 배제하고 역량위주로 선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번 뽑은 인재는 채용 못지않게 유지하는데 주력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주나라 강태공이 벼슬에 나가 인재등용법으로 썼던 ‘팔징지법(八徵之法)’에는 첫째, 탁월한 전문 능력이다. 둘째, 위기관리능력이다(위기상황에서의 그 사람의 대처능력을 살펴보라). 셋째, 성실성이다(주변사람을 통해 그 사람의 성실함을 관찰하라). 넷째, 도덕성이다(명백하고 단순한 질문으로 그 사람의 인격을 관찰하라). 다섯째, 청렴함이다(재무관리를 맡긴 뒤에 그 사람의 청렴함을 관찰하라). 여섯째, 정조다(여색으로 시험해서 그 사람의 정조를 관찰하라). 일곱째, 용기다(어려운 상황에서 그 사람의 용기를 관찰하라). 여덟째, 술 취했을 때의 태도다(술로 취하게 하여 그 사람의 자세를 살펴라) 등이다.
또 사기 사마천의 인재론도 주목할 만하다. △친분보다 능력이 우선이다. △인재라 판단되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목이 마르듯 인재를 구한다. △인재를 천거함에 있어서 친인척과 원수를 가리지 않는다. △인재는 알아주는 것으로 충분치 않고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한다. △인재의 발탁과 채용도 중요하지만 유지도 중요하다. △의심이 나면 쓰지 말고, 일단 썼으면 믿어라. 이는 적극적인 인재등용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일본 전국시대 오다 노부나가도의 인재 등용법은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느낌까지 든다. 오다 노부나가도는 현재 상태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를 발탁했고, 언제나 출신에 상관없이 맞아 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열정이 있는가를 보았고, 논공행상을 공평하게 하여 인재들의 성취욕을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는데 힘썼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하지만, 민선5기 첫 인사부터 외풍에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김학규 신임 시장은 최고 인사권자로서 첫 단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첫 인사야말로 김 시장의 임기 뿐 만아니라 용인 지방자치 역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