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김학규 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발표된 ‘주민참여 예산제’ 신설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참여라는 명분을 내세워 또 다시 옥상옥을 연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이 제도의 신설을 앞두고 현실성 여부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시가 올해부터 관련 법규 등을 정비해 내년 중 시행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예상했던 대로 시의회 측이 즉각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지방의회는 명실 공히 주민대표로 선출된 조직인 만큼, 자칫 고유 권한인 예산심의 의결권을 침해받을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직사회 내부 기류도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아 보인다. 현실적용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는 시장 공약사항임을 빌미로 올 해 하반기부터 조례와 시행규칙을 제정하고, 이 제도를 이끌어갈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이 제도가 정착된다면 해마다 6~7월경에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에서 재정운용방향은 물론 주민요구사업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그리고 9~10월에는 시민위원회에 분과위원회별로 예산편성 요구와 투자사업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11월 정책협의회에서 예산편성(안)을 확정하고, 시의회에 제출하는 시나리오다.
바꿔 말해 시민위원회를 통과한 집행부 예산안을 또 다시 시의원들이 심의해야 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제도적 모순을 낳게 된다. 또 주민 참여예산 지역회의는 각 읍·면·동별 10명 이내의 위원을 읍면동장 추천을 받아 구청장이 임명해야 한다. 구성형식을 보면 공개모집 50%, 지역회의 추천 30%, 시민단체 추천 15%, 시의회 추천 5% 등으로 총 100여 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필자 생각엔 차라리 자문기구쯤으로 운영하면 성공이다. 시의 계획대로 재정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바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자칫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시의원들의 권한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행부 측은 민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리한 시책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도 있다. 반면, 선출직 시의원들은 시민예산제의 특성상 꼼짝없이 집행부 의도에 끌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당초 목적과는 달리 지방의회 압박용으로 둔갑할 수도 있고, 이도저도 아니라면 전시성 행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의원들에게 예산 심의 및 결산 감사, 지자체 행정에 대한 감사권 등의 권한을 주고 있다. 또 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법정선거구별로 주민 대표들을 선출하고 있지 않는가.
필자 생각엔 차라리 좀 더 투명하고 공개적인 행정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영어마을이나 시민체육공원 등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은 공개적인 주민공청회를 통해 객관적인 검증작업을 하면 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시의회의 최종 승인절차는 밟으면 문제가 없다.
활용 할 수 있는 제도조차 써먹지 못하고, 불필요한 위원회만 자꾸 만들면 그야말로 옥상옥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비록 시장공약사항이긴 하지만, 현실성과 실효성에 대해 전문가를 비롯한 시민들의 여론을 다시한번 적극 수렴, 확실한 검증 후에 추진해도 절대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