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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시 인사, 정치권 개입하지 마라

김종경 기자  2010.08.02 10: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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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지방선거이후 논공행상(論功行賞) 때문에 시끄럽다. 논공행상이란 말은 공적이 많고 적음에 따라 알맞은 상을 내린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큰일을 도모한 뒤 많이 쓰는 말이다. 물론 최근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승리 확정 후 감격과 흥분의 상태에서 선거 1등 공신의 이름을 공개했다. 두 명의 공신자은 선거전략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와 조직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플루프였다. 하지만 이들은 1년 반이 넘도록 특별한 직책을 맡지 않았다. 대선 전이나 후나 엇비슷한 위치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돕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국도 논공행상이라면 한국보다 훨씬 노골적이라고 한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계파 간 싸움질을 한다거나 뒷담화가 많지 않다는 것이 틀린 부분이다. 오바마 역시 하버드 로스쿨 친구들과 고향 시카고 친구들을 각계 요소에 많이 기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처럼 시끄럽지 않은 이유는 인사의 기본 원칙을 거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크고 작은 자리라도 적재적소에 배치를 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의 논공행상 중 가장 시끄러웠던 것은 KBS, YTN, MBC 등 방송사 사장 인사였을 것이다. 그 후유증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사회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행태임에 틀림없다. 물론 현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반론의 여지도 많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오바마는 정권교체 후 국방장관을 유임시켰다. 대선 당시 오바마 캠프의 안보팀에는 육·해·공군의 장군 출신이 넘쳐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취임 후 부시 정부의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를 유임시켰다. 아프칸 전쟁수행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대선 전 오바마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면충돌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의 관계를 보자. 힐러리 클리턴은 오바마의 경쟁자이자 전임 대통령 영부인이었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후보로 최종 결정된 후 화합의 손을 잡았고, 당선 후엔 힐러리가 국무장관을 수락해 오바마와 같이 미국을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유사한 사례로 많이 비유되고 있지만, 미국의 상황과는 전혀 상반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미국을 보면 국가차원의 큰 틀에서는 논공행상도 명분과 실리가 있으면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 학연, 지연, 혈연에만 치우친 우리나라식 논공행상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시끄럽기 마련이다. 최소한 미국처럼 자리에 걸 맞는 실력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우리나라처럼 인사후유증이 길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용인시에서도 시 산하단체장과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를 앞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시가 산하단체장들의 사표를 제출 받아놓은 상태지만, 김학규 시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재신임을 묻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처라고 해명한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 누가 어디로 간다는 등의 소문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정치권이 계속해서 행정조직 일에 개입한다면 조직과 인사를 장악하기 위한 정치권력의 포석으로밖에 볼 수 없다. 바라 건데, 정치권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월권행위를 한다면 반드시 부메랑을 맞는 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물론 공직사회도 논공행상의 부정적인 악순환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