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는 중앙일간지들의 고질병인 구독 붓 수 늘이기 경쟁의 와중에서 서로 다른 신문지국간의 싸움이 살인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 사건은 구독자인 수요와 신문 공급의 불균형이 그 원인 제공자이다. 여기서 불균형이란 신문의 과잉공급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 신문들의 재정수입은 광고수입이 구독료수입을 압도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신문이 가지는 구조적인 문제들 중에 하나로 지적되고있다.)
요즘은 중앙 및 지방의 전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세무조사를 현정부의 언론 길들이기로 생각하고 있고, 여당인 민주당은 장기간 미(未)조사 법인인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언론, 그 중에서도 중앙 일간지가 지니는 힘과 영향력은 막강하다. 오죽하면 모 일간지의 사주(社主)를 밤의 대통령이라 하였겠는가? 바쁜 일정에 선약이 있는 장관도 신문사 사주가 만나자고 하면 거절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신문 본연의 업무 이면에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영향력 행사와 이에 따른 불법적인 이득의 추구는 현재의 중앙일간지들이 국민들로부터 의심과 비난을 받는 이유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누가 말하였지만 신문의 힘은 역시 발행 붓 수에 있다고 보여진다. 발행 붓 수가 많아야 그 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대도시에서 발행되는 New York Times, Washington Post, LA Times, 그리고 Chicago Tribune 같은 신문들이 있다. 이들은 각기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시카고의 지방신문인데 워낙 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구독자가 많고 따라서 유명신문이 되었다. (미국에는 전국적으로 팔리는 USA Today 라는 신문이 한 개가 있긴 있다. 그런데 이것은 거리의 가판대에서 팔리는 신문이며 가정에서 구독하는 신문은 아니다.) 미국은 어디를 가나 그 도시의 지방신문이 있고 사람들은 모두 지역신문을 구독한다. (이것은 사실이다.) 지방도시와 그 인근 지역에서는 위에 언급된 대도시의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이 없다. (이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방에도 학교의 도서관이나 혹은 서점에 가면 위에서 언급된 대도시의 신문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는 한국식으로 표현되는 그런 중앙일간지라는 개념이 없다. 그런 대형 신문사들도 구독자들이 많아서 그렇지 그저 그 도시의 지역신문일 따름이다.
필자가 미국의 신문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이유는 - 이것이 어떤 의미에서 볼 때 - 한국이 지니고 있는 수도권중심의 각종 고질적인 문제점들의 해결에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이 활성화된 미국에서 지방자치제가 훌륭하게 수행되고 있다.) 말하자면, 필자는 한국 언론계에도 이제는 지방신문들이 활성화되어야 아래에서 언급될 구조적인 문제점들의 해결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중앙 일간지라는 신문들이 모든 지방에서 구독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예술 등의 모든 것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 어떤 면에서는 그 맥락을 같이한다고 보여진다. 한국 인구의 약 30% 이상이 서울에 집중되어 산다는 사실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자동차들이 매일 교통체증으로 소비하는 연료와 공해문제 그리고 운전자들과 동승자들이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의 지방자치도 결국은 중앙에서 임명하는 후보를 내세워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지방자치라는 기본 뜻이 무색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듯이 우리나라 신문들의 과잉 붓 수 늘리기 경쟁은 그 뿌리가 비단 상업주의적인 발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즉, 상업주의 외에도 옛날부터 지속되어온 중앙위주의 문화, 전통, 사고방식 등의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어서 생겨난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사이비 언론의 시비 문제에 지방언론이 많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는 재정자립이 안되기 때문에 발생한 잘못된 기현상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중앙 언론 기자들도 상당수가 사이비 기자라고 볼 수도 있고, 대형 신문들도 사이비 언론에 해당하는 행위 때문에 세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언론이 자신들의 역할을 미흡하게 하면, 그리고 기자들이 제대로 기자 본연의 직분을 감당 못하면, 그것도 다름 아닌 일종의 사이비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관공서에서 구독하는 - 소위 계도용 언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 지방신문들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방언론의 열악한 환경을 대변해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방자치제도의 실현을 위하여 수많은 선거를 치르고 있지만 아직도 지방자歌?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안고있는 현실이다. 과도한 중앙집권적 통치행위가 빗어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분야 등에서의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 지닌 숙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그동안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안·실행되었지만 실패를 거듭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언론 시스템의 구축이 선행되어야하며, 이를 위해서 지방신문의 활성화가 매우 긴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 실행방안을 제시하자면 먼저, 전국을 커버하는 중앙일간지들이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신문들로 전환되어야한다. 다음, 각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은 매일 발행되는 종합일간지로 바뀌어야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언론 발전과 나아가서 국가의 바람직한 장래를 위해서는 -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 반드시 지방언론이 육성·발전되어 그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무엇이든지 중앙(수도권)으로 과도하게 집중되는 폐해를 시정하는데 큰 공헌을 하게될 것이다. 이것은 국가적인 과제로 볼 수 있으므로 지역언론의 활성화를 위한 입법조치와 이에 따른 행정적인 지원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신문은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들의 지역언론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