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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후남 지음 / 생각을 담는 집 펴냄 / 값13,000원 |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올레>. 엄마와 아들이 그림자의 실루엣으로 길 위에 섰다. 제주 올레 길을 혼자 걷고 와 아들에게 그 길을 보여주고 싶어 다시 떠났던 4박5일, 그리고 3박4일. 두 인생을 합친 긴 여정에서 보자면 점에 불과한 시간이다.
하지만 이 짧은 여행길에 묻어있는 모정의 눈물은 뜨겁고 달콤하고 깊다. 치열한 경쟁을 통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힘든 현대의 정글, 혹은 뜨거운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의 휴식 같은 행복한 여행기다. 정글과 사막에 던져진 아들의 순수성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물이 조용히 흐른다. 여자로 태어나 엄마 또는 아내라는 이름으로 길 위에서 새롭게 만난 모정의 속울음이다. 학원을 폭파시키고 싶다는 아들, 여행 중에도 아들보다 더 숙제를, 공부를 걱정해야 만하는 이 시대 엄마들의 자화상을 보여준 진솔한 이야기다.
작가는 올레길 위에서 세상과 아들에게 스스로 화해의 악수를 보내보지만, 일상으로 돌아와 맞이하는 현실의 정글은 여전히 경쟁인 세상임을 안다.
그래서 올레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들이 가슴 벅차다. 일탈의 경지에 오른 유목민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 세상을 제주에 뿌리박고 사는 할머니와 이장님, 그리고 해녀들의 따듯한 이야기.
그 사람들과 아들 이재영(13)군이 찍은 제주비경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엄마와 아내라는 존재로 써내려간 이야기는 오히려 눈물겹도록 솔직하고 아름답다. 과거와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찾았던 제주올레. 척박한 도심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분명 청량수다.
그녀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또 다른 엄마들에게 세상, 아니 자식과의 진정한 화해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시대를 고민하는 엄마 아빠들이라면 꼭 한번 이 책을 만나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