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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용인문화예술행정 소통부재가 문제다

김종경 기자  2010.10.04 1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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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예총 박수자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시인으로 용인문인협회 지부장까지 역임했던 박 회장이 임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왜 돌연 사임을 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용인지역 문화예술환경이 더욱 나빠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직무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예총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지속발전 가능한 미래에 대한 우려와 한계를 표명한 것이다.


용인예총은 1997년 창립됐다. 초대 민선시장 취임과 맞물려 창립배경부터 정치적인 논란도 불러왔다. 하지만 도시의 팽창과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이 더 컸다. 이제 어느 정도는 형식과 내용을 담보 할 수 있는 8개의 문화예술단체연합회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예총의 모호한 정체성이 가장 큰 과제다. 문제는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예술단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예산편성부터 관주도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예산 삭감 눈치를 보아야 한다. 또 용인의 주요 문화행사는 관이 나서서 이벤트 기획사에 맡긴다. 지역문화예술단체들을 배제하고 또 다시 이중 예산을 편성하는 돈 잔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방문했던 용인자매도시 전남 진도군에서는 토요일 문화공연의 사회자가 군청 문화관광과 직원이었다. 국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의 주인공들 역시 모두 진도군 신토불이 문화예술자원이었다. 작은 도시에 상설공연도 많아 전문성은 물론 그 지역의 민속문화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용인시는 그에 비해 연간 수십억 원의 예산을 문화예술단체와 각종 공연·전시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예술단체들은 자체 행사를 빼고는 하는게 별로 없다. 대규모 행사는 시 집행부가 외부 기획사에 위탁한다. 그래서 이벤트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용인시민의 잔칫날인 시민의 날 행사만 해도 지역 내의 그 많은 풍물단과 합창단, 그리고 각종 오케스트라와 전시 공연단체가 있음에도 정작 용인의 주인공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국내외 자매도시 관계자들까지 초청해 놓고 용인의 것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용인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수억 원대의 대중문화공연만 난무했다. 물론 외부의 수준 높은 전문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를 초청해 양념으로 끼워 넣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 안타까운 것은 문제제기를 하면 지역문화예술단체들의 수준만 탓한다는 점이다.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시작된 잘못을 해마다 반복하면서도 말이다.


시는 앞으로 문화복지국을 신설하고, 문화예술경영과 정책집행을 위한 전문조직(2본부 6팀 49명)으로 (재)용인문화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의도는 좋지만 우려가 앞선다. 수백 억 원대의 예산을 편성해 타 지자체들이 운영 중인 문화재단을 보면 성공사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의 생산과 유통까지 주도권을 쥘 것이고, 현재의 문화예술단체들은 시와 문화재단 눈치까지 보아야 한다. 그래서 문화재단은 처음부터 지역문화예술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찬밥신세다. 제대로 된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다. 공론화 장이 없다는 것은 결국 소통의 부재를 시인하는 꼴이다.


박수자 회장의 사임 배경 역시 이런저런 사안들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행정을 또 다시 관주도로 이끌어 가는 것을 보면서 변혁을 빙자한 또 다른 권력의 카르텔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