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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직장경기부 11곳 ‘해체’

선수·코치 등 150여 명 한 순간에 ‘실업자’
체육계 강력 ‘반발’…구제방안 마련 ‘촉구’

이강우 기자  2010.11.15 09: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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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문제를 이유로 2013년 경기도민체전 개최를 반납한 용인시가 이번에는 그동안 운영해 온 직장운동경기부 11개를 해체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지역 체육계와 구조조정 대상이 된 선수 및 임원들이 도민체전 불출마와 법적 대응 등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시는 지난 9일 직장경기운동부 운영심의위원회 3차 회의를 열고 내년도 운동부 육성종목을 10개로 결정하는 한편 운영비도 70억 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시는 그동안 도민체전 우승을 비롯해 국제대회 및 전국대회 참가 등 시 홍보를 위한 스포츠 마케팅 일환으로 총 21개 종목의 운동부를 운영, 약 200억 여 원의 예산을 집행해 왔다.


이날 심의위는 지역 내 초·중·고·대학과 연계 육성 할 종목과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이 있는 종목을 기준으로 10개를 선정했다. 시에 따르면 연계육성 종목으로 축구와 태권도, 씨름, 육상, 유도, 검도, 테니스 등 7개 종목이 선정됐으며, 브랜드가치 제고 종목에는 빙상과 볼링, 조정 등 3개 종목을 꼽았다. 반면 체조와 핸드볼, 수영, 보디빌딩, 우슈, 궁도, 배구, 정구, 역도, 탁구, 복싱 등 11개 종목 운동부는 해체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각 종목에서 용인시 대표선수로 출전하던 선수와 임원 등 15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계약해지에 따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심의위 결과가 알려지며 경기도 체육회를 비롯해 지역 체육계와 해당 종목 선수 등은 강력히 반발하는 분위기다. 지난 전국체전을 끝으로 각 종목별 실업 선수 및 코치진의 이적시장이 막을 내린 시점에서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기 때문.
따라서 이들 선수 및 코치진은 대부분 다른 실업팀들과 계약조차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수와 감독 등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선수들에 따르면 시 측과 계약당시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3개월 이전에 통보해야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직장 운동부 관계자는 “지난 9월 시 측으로부터 시 재정상황으로 직장운동경기부의 대폭 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공문만 받았다”며 “시 측은 어떤 종목이 퇴출되는지 여부에 대해 밝힌 바 없다”며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운동선수들은 실업팀에서 뛸 수 있는 시간적 한계가 있는데 시 측이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우리를 거리로 내몰려 하고 있다”며 “그동안 시를 위해서 열심히 운동하고 대회에서 성적을 거둔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지역 체육계는 “시 측의 안일한 행정이 수 많은 젊은 선수들을 실업자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즉,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줬어야 한다는 설명.


체육계 관계자에 따르면 체육계는 민선5기 시 집행부 출범 직후 직장경기부 구조조정 계획이 가시화 될 때부터 시 측에 빠른 결정을 촉구해 왔다. 선수 및 코치진들에게 소속팀을 옮길 기회를 줘야했기 때문.
체육계 관계자는 “지난 8월부터 시측에 빠른 결정을 요구했지만 결국 이 같은 사태를 만들었다”며 “이번 구조조정으로 젊은 선수들의 경우 직장을 잃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훈련도 할 수 없게 돼 자칫 선수 생명자체가 불투명해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 체육회 산하 가맹단체들도 반발 움직임도 포착됐다.


시 측이 각 종목별 가맹단체 등 지역 체육계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것.
체육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종목 가맹단체의 경우 내년도 도민체전을 물론, 각종대회 ‘보이콧’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시 재정상황 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며 “앞으로 남은 직장운동경기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역 체육계 일각에서는 일자리를 잃게 된 선수 및 코치들을 위한 구제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이들이 직장경기부 소속은 아니더라도 용인시 대표성을 갖고 대회 출전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체육계 관계자는 “다음번 이적시장이 열리는 내년 도민체전까지라도 시 대표로서 역할을 준다면 선수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며 “일방적인 ‘해고’지만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지난 4월 용인시는 2010년 경기도민체전에서 처음으로 종합 준우승을 차지했다.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핸드볼과 복싱 등 일부 종목은 국제 대회에서도 입상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