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에서는 ‘어린이 영양 법안’ 이 하원에서 통과됐다.
무상급식보다는 사뭇 진일보한 어감이다.
퍼스트레이디 미셸이 앞장서서 입법 캠페인을 벌여온 ‘건강하고, 굶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45억 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미 하원은 이른바 ‘어린이 영양법안’에 대해 찬성 264표, 반대 157표로 통과시켰다. 지난 8월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되고, 우리나라 돈으로 약 5조 1255억원이 투자된다. 미국에서도 어린이 식생활 개선을 위한 예산이 늘어난 것은 30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법안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무상급식과는 수준이 다르다. 미국은 100% 무상급식은 아니다. 대신 정부차원의 전미급식프로그램이 있고, 아침급식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영양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제공하던 무상급식은 추가로 확대하고, 빈곤율이 심각한 지역은 전면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미국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는 비만이다. 그래서 지난 2월부터는 비만 예방 캠페인 ‘렛츠 무브!’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젠 ‘어린이 영양법안’이 통과되어 학교급식 영양기준을 미국 농무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관리하며, 학교 내 매점과 자판기에서 정크 푸드가 퇴출된다.
미국도 이 과정에서 공화당이 예산상을 이유로 적잖은 반대를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궁극적으로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영양 개선이 목적이기에 ‘망국적인 포퓰리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또 당 차원의 적극적인 반대도 없었다니 우리나라와는 분명 다른 나라다.
이젠 무상급식에 대해 정치적 반대만 할 일은 아니다. 우리사회 역시 갈수록 빈부 격차가 심각해지고, 패스트푸드 음식이 창궐하고 있다. 그만큼 아이들의 영양불균형 상태도 심각한 지경이다. 내친김에 무상급식 논란을 영양개선 부분까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는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있는 나라다. 얼마 전 서울시의회는 서울지역 모든 초·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지원하도록 규정한 조례를 의결했다.
이에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례안이 통과되자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한다”며 “시의회 횡포에 대해서 서울시장의 모든 집행권을 행사해 저지할 것이며,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철회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시정협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용인시도 그동안 무상급식 논란이 끊이지 않다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시의회에서 당파싸움이 지속되자 결국 집행부에서 절충안을 올려 통과된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13명, 민주당 소속이 12명이라 당론에 밀려 부결됐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김학규 시장이 나서서 네 번 부결됐던 것을 다섯 번째라도 통과시켰으니 환영할만한 일이다.
용인시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여야 모두 무상급식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의 건강과 영양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되자. 지금도 외고를 비롯한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의 급식수준은 하늘과 땅의 차이다.
빈부의 격차는 학교의 먹거리와 아이들의 영양 상태에서 가장 먼저 심각하게 나타난다. 무상급식은 누가뭐래도 지금 진행 중인 의무교육 수준의 개념쯤으로 바라보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