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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구제역 재앙… “방역은 제2의 국방”

김종경 기자  2011.01.10 13: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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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벽두부터 구제역이 대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해 11월 이후 40일을 넘긴 구제역 확산은 매일 수 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매몰, 벌써 100만 마리를 훌쩍 넘었다. 우려했던 대로 축산농가가 밀집한 용인지역까지 번져 이미 국가재난사태로 돌입한 상황이다.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백신접종까지 시작했으나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용인지역은 최근 항공방제까지 했지만, 2000년에 이어 세 번째로 구제역이 발생해 그 충격이 더욱 크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구제역이 모두 네 차례 발생했지만 이번처럼 방역체계가 속수무책인 적도 없었다. 정부는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까지 꾸렸으나 방역대책엔 구멍이 숭숭 뚫린 셈이다. 구제역 발생 초기엔 방역대책이랍시고 축산농가에 책임전가식의 대책을 발표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또 구제역 방역수준을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해 달라는 정치권의 요구마저 14일이 지나서야 격상시켰다. 정말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초동대응부터 부실했던 방역당국의 무사안일에 무한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방역은 기존의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하고, 피해농가에 대한 보상은 농민들의 기대 이상으로 파격적으로 행하라. 그래야 민관이 자발적으로 협력할 것이 아니겠는가. 모든 부처는 합심하여 만전을 기하라”
이 말은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2000년 구제역 사태의 추억’이란 시론에서 밝힌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내용이다.

그때 농림부는 경기도 파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즉각 반경 500m이내의 축사와 가축, 그리고 건초 등 모든 전염 매개물을 소각 또는 살처분 했다. 군부대를 동원해 파주로 통하는 초소 24곳도 완전 봉쇄했다. 파주 이외의 충남 경기 5개 시ㆍ군 구제역 발생지역에서는 군이 초기 출입통제와 소독실시 그리고 살처분 매몰조치까지 솔선수범했다.

이 밖에도 6개 시ㆍ군은 구제역 발생농가로부터 반경 10km 이내의 모든 우제류 가축에 대해 방역단이 초동 백신조치를 했다. 필자 역시 2000년도에 용인지역 구제역 발생 취재를 했던지라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는 상상치 못했던게 사실이다.


김 전장관은 또 “얼마나 많은 우제류 가축(발굽이 두 쪽으로 갈라진 소 돼지 양 사슴 등)을 더 땅 속에 파묻어야 할지, 장차 지하수 오염과 환경파괴, 전염병 발생 가능성은 없을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정말 끔찍하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 나라에 제2의 국방이라고 하는 방역 매뉴얼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10년 전에도 정부는 △규정에도 없는 시가 보상, 백신접종에 따른 손실 보상 △사료대금 배상 △부채 감면 △자녀 학자금과 생활비 보조 △추후 가축 입식자금 지원 등 파격적인 초동조치를 했다. 그런데 이번 구제역 발생 피해액은 벌써 1조원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특단의 방역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지 않는다면, 그나마 축산농가의 미래는 없다.


더 이상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엔 구제역 청정국가 지위 회복도 요원해질 수 있다. 또한 국내 축산농가의 몰락은 물론 FTA협약 국가들로부터 먹을거리에 대한 식민지 위협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게다가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까지 접수되고 있는 비상 재난시국 아닌가. 부디 정부와 지자체는 방역을 국가안보로 생각해 총력전을 펼쳐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