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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넓은 상상력의 시공간 확장

신원철 시인, 7년만에 두번째 시집 발간

김종경 기자  2011.01.10 13: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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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의 석양
                      
                                                               신원철

성질 사나운 것,
서녘으로 넘어가면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는다
쏘아보듯
마지막까지 아프도록 눈을 부릅뜨고
하늘가를 빨갛게 핏빛으로 물들인 다음

뚝 떨어지는데
감히 마주볼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라

가슴에 서늘한 재를 남기는 것이다
피라밋 호수 인디언 거주 지역으로 넘어가면서

 

   
『나무의 손끝』이란 첫 번째 시집에서 뛰어난 상상력을 보여줬던 신원철 시인이 7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노천 탁자의 기억』을 발간했다.
신 시인은 지난해 가을 “야단스럽게 쓴 것 같은데 추수의 결과는 적다”면서 “내 가족과 개인적인 이야기 그리고 일 년 간의 교환교수 경험이 시의 내용이다”라며 조심스럽게 세상 밖으로 내밀었다.
시적 화자를 통해 시인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시집은 자서의 풍경들은 물론 종교와 역사, 그리고 세기를 넘나드는 작품의 탁월한 시안이 돋보인다.

 

검은 안경테의 노강사,/ 낡은 가죽가방을 신주처럼 안고/ “이봐 신 선생!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왜 좀 눈치껏 못해?”/ “아 그러기에 선생님도 진작 그렇게 하셨어야죠!”/ 그처럼 맛있는 술은 다시 없으리/ 나 그때 시간강사 10년차, / 끝내 토악질하듯/ 실력자 아무개를 향해 분통을 터뜨리다가/ 비틀비틀 헤어지고는 했는데/ 오늘은 / 수안보 호텔의 세미나에서 영시를 토론하고/ 점잖은 사람들과 품위 있게 밥과 술을 먹은 뒤/ 편의점 노천 탁자에서 천연의 암반수 하이트맥주를 마시고 있다 -「노천 탁자의 기억」 부분

 

   

문학평론가 이성혁은 “기억은 대부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덧없이 사라져버리고 마는데, 시인은 현재에 과거에 대한 기억을 삽입시키면서, 무심코 흘러가고 있는 지금을 낯설게 만들어 숙고의 시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 시인은 1957년 경북 상주 출생으로 2003년 《미네르바》로 등단, 같은 해 첫 시집 『나무의 손끝』을 발간했고, 저서로는 『현대미국시인 7인의시』『역동하는 시』가 있다. 현재 <다층>동인으로 강원대 영미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