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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시 행정 사실상 ‘마비’

대규모 인사 직후 방역 동원 … 업무파악조차 어려워

이강우 기자  2011.01.10 13: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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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방역망을 뚫고 들어온 구제역으로 인해 시 행정업무도 정체되고 있다. 전체 공무원들이 3~4교대로 나뉘어 살처분 및 초소 방역근무 등으로 빠져 나가야 하기 때문.

   

특히 지난 12월 말 단행된 역대 최대 규모 시 인사에 따른 업무파악도 안 된 상황이어서 행정공백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살처분에 투입됐던 공무원들의 정신적 공황 증상도 나타나고 있어 구제역에 따른 공직사회 여파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 5일, 백암면 근삼리 일대 가축 살처분을 위해 200여명의 공직자가 동원됐다. 총 3097마리를 매립한 이날 살처분은 이날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 5시경까지 이어졌다. 7일 발생한 옥산영농조합법인 구제역 살처분 현장에도 8일 오전부터 200 여명이 투입됐다.


행정안전부와 시 집행부는 살처분에 투입된 공직자들의 정신적·육체적 피로도 등을 감안, 이틀간의 공무휴가를 주고 있다. 총 15개소의 방역 초소에는 매일 100여명의 공무원이 파견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 행정업무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구청장과 국장, 사무관 인사에 따른 업무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무 담당자인 6급~8급 공직자들이 구제역 업무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제역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 공직자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늘어나는 실정이다.

   

시 공직자 A 씨는 “16일부터 진행되는 업무보고 자료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각 부서마다 읍·면·동 축산농가에 대한 책임 구역을 할당 해 놔 심리적 여유마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무관 B 씨는 “자리를 옮기자마자 발생한 구제역으로 다른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무 담당공직자들의 경우 더욱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루 종일 영하권을 맴도는 날씨에 두 세평 남짓한 공간에서 밤샘 초소근무마저 진행해야 하기 때문.


C 씨는 “초소방역에 따른 밤샘 근무 후 쉬지도 못한 채 업무에 복귀하지만 업무가 진척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직자 ‘공황’ “죽고 싶었다”
지난 5일과 6일 근삼리 구제역 살처분 현장에 투입됐던 공직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환청 등으로 수면장애를 격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날 살처분 현장에 투입됐던 K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죽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또 다른 공직자 K씨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아직도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지난 2002년 구제역 발생 당시 살처분에 투입됐던 공직자 L씨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고 매장했다는 심리적 부담이 수 개월 이상 지속됐다. 그로 인해 공직생활을 그만둘까 고민하기도 했다”며 최근 고통을 격고 있는 공직자들을 대변했다.


공직사회에 따르면 현재 공무원들은 살처분 조에 포함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선배와 동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살처분 투입 공직자들을 위한 시 차원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시 보건당국을 통한 정신건강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시의회 이상철 의장은 “축산 농민들과 공직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줄여 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의회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