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면 근삼리와 인근 안성시 고삼면 등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용인지역 축산업계 유통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발생지역 반경 10Km 이내의 우제류 출하 등이 전면 금지돼 있기 때문. 특히 발생지역 반경 3Km 내 축산 농가들의 경우 가축은 물론 사람의 이동마저 제한돼 있어 ‘창 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처인구 백암면 박곡리에 위치한 S 영농법인. 새끼를 낳는 모돈을 비롯해 총 7000여 두의 돼지를 사육 중인 이곳은 지난 5일 인근 근삼리 구제역 발생 후 외부와 단절됐다.
가축들의 먹이를 공급하는 차량은 물론 분뇨 처리차량과 농장 근무자들의 출·퇴근 등 출입마저 통제됐기 때문이다. 가축 사료의 경우 외부 사료업체가 3Km 외곽에 가져다 놓고, 백암면 내에서 운영하는 사료차가 운반해 준다.
농장 직원들의 식자재 구입과 금융기관 업무 등 행정업무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감옥같은 생활이 열흘 이상 지속되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도 한계치에 도달했다. 경제적 피해는 말 할 나위도 없다.
사료 값과 인건비 등 운영비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가축을 출하 할 수 없어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곳을 운영 중인 박성종 대표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경제적 피해도 문제지만 그보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더욱 힘들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이곳 직원들은 지난 열흘 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도 오지 않을뿐더러 구제역 걱정에 하루 수 십 차례씩 돼지 축사를 돌아 봐야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자체 방역을 진행 중이지만 언제 구제역이 발생 할지 몰라 늘 노심초사하고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이곳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자체 정화시설 설치로 가축들 분뇨처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
소규모 농장들의 경우 분뇨 수거차량이 들어오지 못해 가축들의 분뇨가 포화 상태라는 전언이다. 환경이 열악한 이들 소규모 농장주들은 분뇨 유출에 따른 민원과 행정처벌에 대한 부담도 안고 있다.
박 대표는 “생각조차 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차라리 살처분 되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한다”며 “자식같이 키운 가축들에게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