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가장 큰 실정 중 하나는 부실한 인사검증시스템에서 비롯됐다.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수차례에 걸쳐 줄줄이 낙마한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인사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엄밀히 말하자면 시스템보다는 보수정권의 독특한 코드인사를 탓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과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를 트집 잡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 정권의 색깔에도 맞고 도덕성과 업무능력을 겸비한 코드인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후보자들까지 의혹만 부풀린 채 줄줄이 낙마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때문인지 미국식 인사청문회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부터 철저한 검증을 한다. 1차 조사 내용은 백악관 인사국, FBI, 국세청,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이 재산, 납세, 교통법규위반, 전과 등 매뉴얼화 된 233개 항목이다.
이후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만나 사전 협의 후 상원에 인준 동의안을 제출하고, 의회의 서면질의답변을 마치면 청문회장에 설 자격이 주어진다.
인사청문회 방식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하루 한명, 청문위원들의 질의시간도 7분이다. 애당초 철저한 검증이 불가능한 조건이다. 하지만 미 상원 인준 절차는 시간 제약이 없다.
문제가 드러나면 무기한 전개할 수 있고, 장관 후보자의 인준 시간은 최소 2달 이상, 길게는 1년이 넘을 때도 있다.
청와대도 지난해 ‘8·8개각’에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동반 사퇴하자 모의 청문회 실시 등 인사검증시스템 개선안을 마련한바 있다. 하지만 지난 ‘12·31’ 개각에서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가 또다시 자진사퇴하면서 여전히 검증시스템의 부실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청문 대상을 늘리고 서류심사와 질의· 응답으로 심사를 2원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57명인 인사청문회 대상도 대통령실장과 국무총리실장, 법제처장, 국가보훈처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안까지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내정할 때 도덕성과 업무수행능력보다는 그야말로 코드정치를 위한 한정된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다는데 있다. 결국 언론에 의존하는 허술한 인사청문회시스템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은 지방자치단체가 더 크다. 구조적으로 고위공직자나 산하단체장을 임명할 때 논공행상을 용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의회가 존재함에도 의회는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실제 단체장 맘대로 인사전횡을 휘둘러도 막을 방법이 없다.
용인시 역시 민선5기 들어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 대부분이 지방선거 때 시장을 도왔던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런 현상이야말로 고질적인 민선시장 체재의 폐해다. 따라서 시의회나 시민들이 침묵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객관적인 인사검증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선진국형의 지방자치 운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예로부터 인사가 만사라 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성공과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정치와 자치의 첫단추인 인사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