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들은 직무 관련자로부터 돈이나 선물, 향응을 받을 수 없다. 또 외부로부터 여비를 지원받는 국내외 활동도 제한을 받게 됐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의회 행동강령’이 법으로 만들어져 공포된 것은 지난 해 11월이고, 시행은 지난 3일부터다. 지방의원 행동강령까지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법적규제 장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큰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마련한 지방의원이 지켜야 할 행동강령은 크게 15개다. 구체적인 행동강령과 운영방안 등 24개 조문으로 이뤄졌다. 주요 내용을 보면 회의안건 심사나 예산심의 등이 본인이나 배우자, 직계 존· 비속 및 4촌 이내의 친족 등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이를 의장 등에게 소명하고 안건 심의 등에는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직위를 이용해 직무 관련자의 임용, 승진, 전보 등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의원 본인이나 다른 사람이 부당한 이익을 얻도록 해서도 안된다. 아울러 지방의회 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 외에는 다른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여비 등을 받아 직무와 관련된 국내외 활동을 할 수 없다. 대가를 받고 세미나, 공청회, 토론회 등에 참석할 때에도 미리 신고해야 한다.
이밖에도 성희롱을 금지하는 내용과 함께 의원 간 또는 직무 관련자와 금전 거래를 할 수 없고 직무 관련자에게 경조사를 알리거나 통상적인 기준을 초과하는 경조금품 등을 받아서도 안된다. 또 누구든지 지방의원의 행동강령 위반 사실을 소속 의회 의장이나 권익위에 신고할 수 있고, 의장은 해당 의원에 대해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권익위는 지방의회가 형편에 따라 조례, 규칙으로 자체 행동강령을 제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조금 수수가능 유형과 금액 상한선 등은 의장이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 운영 가이드’를 지난달 각 지방의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들이 명문화가 되었다고 잘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이번 행동강령은 지방자치 시작부터 수없이 지적됐던 문제들이다.
지방의회는 그럼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명문화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리고 일부 지방의회에서 자체적인 윤리강령을 만들었지만,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로 유명무실화됐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 입장에서는 분명 껄끄러운 행동강령일수도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지방의원 스스로의 도덕성과 양심의 문제로도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행위들이다.
따라서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회에서 자치의 근간을 훼손하고 지방자치 취지에도 어긋나는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자율성 훼손이란 주장은 자체적인 윤리강령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따라서 정부의 행동강령 폐지를 요구하려면 오히려 더 강력한 자체 윤리강령 마련이 선행되야 한다.
청렴성과 자율성을 모두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먼저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더군다나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유급화와 정당공천제 등 처우와 환경이 바뀌면서 청렴성 강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더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는 이중규제와 지방자치의 자율성 훼손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현행 법률과 조례로는 규제와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전문성을 담보한 상임위 배치 논란 등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