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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다문화 사회의 또 다른 그늘

김종경 기자  2011.02.28 1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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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력 일간지에 보도된 ‘풍덕천 다방촌’ 문제가 용인 지역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왔다. 수지구 풍덕천 일대 20여개의 다방에서 탈북여성·조선족·한족 여성들의 성매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성매매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성매매 방법과 가격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랄하게 폭로했다. 심지어 관심 있는 남성들에게 홍보라도 하듯 친절하게 세세한 지도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성인 주간지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옐로우저널리즘이란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필자 역시 보도를 접한 후 충격을 금치 못했다. 조선족을 비롯한 한족, 특히 탈북 여성들까지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헤드라인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여성들과 이들을 차별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 사회가 불러온 또 다른 그늘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티켓다방 문제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로 전국 공통의 문제다. 도시와 농촌, 그리고 지역마다 경제 환경 등에 따라 규모와 형태만 다를 뿐, 이처럼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이미 변종으로 탄생한 성매매(유사성행위 포함)업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것도 티켓다방은 노인들을 비롯한 노동자, 노인, 외국인 노동자까지 소외계층들이 주요 단골이란다. 그러다보니 이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사회로부터 소외된 조선족, 또는 외국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면 우리 사회의 지도층 또는 주류들을 대상으로 성업 중인 고급 룸살롱이나 안마시술소 등은 버젓이 현란한 네온사인의 불빛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공공연히 묵인되고 있다. 성이 인터넷 등을 통해 더욱 음성적으로 산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의 윤리를 회복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성매매 특별법을 만들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왔다. 처음엔 집장촌이 문을 닫거나 축소되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곧 바로 나타났고,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음성적인 성매매 행위가 이뤄져 왔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시 침묵하는 분위기다.
언론보도이후 용인서부경찰서에서는 풍덕천 일대 다방촌을 일제 단속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일부 성매매 여성들을 성매매 특별법과 직업 안정법, 그리고 식품위생법 등을 근거로 구속했다. 또한 티켓다방 여성 종사자들에 대해 전수조사까지 벌였다. 하지만 불법체류자나 탈북 여성들은 없었다는 것이 경찰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만약 보도내용처럼 탈북 여성들의 존재가 확인됐다면, 당국의 탈북자 관리 실태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언론의 오보 여부를 떠나 더 중요한 것은 급격히 도래한 다문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조선족을 비롯한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3D업종에 대거 몰려있다. 심지어 불법 서비스업까지.
한 민족이냐 아니냐를 떠나 우리는 봉건사회의 또 다른 계급사회 카르텔을 형성하며 살고 있는 것같다.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도 자국에서 만큼은 높은 학력과 직업군으로 살다 온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조상의 땅에, 이국의 땅에 와서 고생하며 사는 것이다. 우리나라 초기의 이민족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떠났듯이.


기자는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 사회에 만연된 도덕불감증이나 모순투성이 사회제도는 묵인한 채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가슴이 시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