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의 요람

변화하는 학교 현장을 찾아서 - ④ 풍덕고등학교

박숙현 기자  2011.03.14 11:12:22

기사프린트

   
풍덕고등학교는 마음이 풍성해지는 학교다. 학생 혹은 학부모 당사자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는, 마음이 푹 놓이고 뿌듯해지는 학교다.


학교 운영 시스템이 정착돼 안정적이면서도 늘 새롭게 보완시키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 곳.
풍덕고는 류수열 교장을 비롯해 안봉준·박준석 교감, 그리고 모든 교사들이 류 교장의 진두지휘 아래 한마음으로 뭉쳐 명문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교과부 선정 2010 전국 100대학교에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창의 인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학교 본연의 교육을 비롯 교육과 연계된 다양한 창의 인성 프로그램들을 짜임새 있게 운영한 결과다.


지난 10일 류 교장의 배려로 3학년 교과 협의회가 한창 진행 중인 회의장에 잠깐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 교사들끼리 서로 독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부모들의 공교육 불신 풍조가 다른 곳은 몰라도 풍덕에서만큼은 순전히 오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수능이 딱 8개월 남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려면 건강을 잘 챙겨야 합니다. 3학년 담임과 교과 지도를 맡은 이상 학생들의 열망과 꿈을 이뤄주는 손색없는 리더가 돼야 합니다.”
밀도 있는 수업, 높은 만족도, 열정적으로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등을 당부하는 안봉준 교감의 격려는 숙연함마저 느껴졌다. 교사와 학부모가 모두 고3인 학교라고 해야 할까. 이른 아침 어린자녀를 어린이 집에 맡기고 나오는 것은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직장맘 교사, 그러면서도 고3의 중책을 완수하기 위해 비장함으로 무장하는 교사들의 고충을 학부모와 사회가 알아야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류 교장은 한신대 오영석 총장의 일화를 들려주면서 진정한 교사의 길을  당부했다. “가난했던 오총장은 중학 진학을 포기해야 했지만 공부를 향한 열망으로 하나님께 편지를 썼다. 우표도 붙이지 않은 하나님 전 상서를 우체통에서 발견한 우체부는 고민 끝에 해남읍 교회 이준묵 목사에게 배달했고, 이 목사의 이끌음으로 한신대 총장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우리 교사들은 우체부와 같아야 한다. 우표도 없고 수신자도 없는 편지를 그냥 버리지 않고 고심 끝에 목사님에게 전달한 우체부처럼 우리 교사도 학생들의 꿈을 발견하고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류 교장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선생님이 되도록 힘써줄 것”을 몇번이고 강조했다.

▲ 학교 학부모 모두 변해야
풍덕고가 전국 100대 학교에 들 수 있던 것은 끊임 없이 변화하려는 노력에 기인한다. 시대가 변화하는데 학교만 정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 류 교장은 교사들로 하여금 교과 전문가로서의 충분한 자질을 갖춰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야 사교육이 줄어들고 공교육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풍덕고는 부서조직을 행정부서조직에서 교과부서조직으로 바꿨다. 국어교사 중심의 국어부를 비롯 영어부, 수학부, 사회부, 과학부, 예체능부 등의 교과부서를 조직했다.
이들은 자율적인 조직으로 스스로 변화와 발전을 꾀하면서 더욱 책임 있는 조직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같은 과목 교사들끼리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고 정보를 교류하면서 탄탄한 교과 전문성을 갖추게 되는 것. 예를 들어 외국어과 교과협의회에서는 사교육 없는 학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교과협의회를 열어 실현 가능 방법에 대해 방법을 모색 하는 식이다.
지난해부터 시작을 했는데 결과를 보면 자긍심을 갖게된다.
그런데 이같은 학교의 전문성, 교사의 전문성을 학부모가 믿고 따라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될 때 분명 공교육 속에서 기쁨을 맛보게 될 수 있다.

   
▲ 수학여행을 교과 테마 체험학습으로,  전국 최초의 변신 시도
교과부서제도를 통해 교과 과목은 물론 교과 외 교육 내용이 풍성해졌다. 예를 들어 체육대회는 물론 수학여행, 소풍 등의 행사가 달라지는 것이다. 교사들끼리 논의 과정을 거쳐 내놓는 프로그램들이 신선하고 눈길을 사로 잡는다.
수학여행을 대신해 올해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교과 테마 체험학습은 대표적이다. 각각의 교과부서 교사들이 논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체험할 곳을 정하게 되면 학생들이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테마 체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국어교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윤선도 고가 탐방이라든지 영랑 생가 탐방 등 국어교과부에서 제시되는 몇 개의 체험학습 코스 가운데서 각자 좋은 곳을 선택해 떠나게 된다.
과학부서는 천문대탐방, 체육은 동강 레프팅을 마련하는 등 학생들이 교과 및 동아리와 연계한 테마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물론 교사들의 노력이 상당히 소요된다. 계획세우는 일부터 사전 답사, 숙식, 교통, 정산까지 처리하다보니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는 예체능평생교육부에서 체육대회를 학교 운동장이 아닌 수지레스피아에서 실시하는 이색 행사를 가졌다. 같은 부서 교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거듭하면서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길러주는 명품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 전교생 진로체험의 날
지난해 전교생이 소풍을 대신해서 진로체험의 날 행사를 가졌다. 물론 올해도 진행한다. 진로체험의 날은 학생 자신이 꿈꾸는 진로를 현장 방문을 통해 실제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 지 등 생생하게 미래 직업을 체험하는 행사다. 체험 후 3일간의 시간을 주고서 학생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게 해서 이를 심사 지도 및 시상을 통해 막연한 진로, 막연한 꿈을 실현 가능한 꿈으로 이끌어준다. 이는 입학사정관제 등 입시제도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 기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풍덕고는 교과외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시킨다.
커다란 행사 외에도 학교 안에서는 입학사정관 캠프, 제2외국어 캠프, 미국 현직교사와 함께 하는 영어캠프, 토론캠프, 독서캠프, 발명캠프, 수학캠프 등 쉴 새 없는 캠프가 열리는가 하면 금융교육 특강을 비롯 자기소개서쓰기 특강, 진로체험학습주간 운영, 명사초청 특강, 토요논술교실 운영, 원탁토론, 골든벨 등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학습 동기를 제대로 심어주고 있다. 오픈 카이스트 등 동아리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이끌어 주는 것은 물론이다.
학습플래너를 통해 각자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개발하게 도와준다거나 자기주도학습시간에 상주 교과멘토링제를 운영해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 교사 업무 실로 무겁다
이 많은 업무를 소화해 내는게 실로 놀라울 뿐이다. 자녀를 사랑하는 아버지들의 모임, 학부모 간담회, 가족과 함께 하는 별빛 독서 등 가족과의 소통까지도 일일이 챙기는 풍덕고. 365일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풍덕고의 모든 계획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미래 동량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전국에 4년제 대학교가 220개이고 대입 전형방법은 놀랍게도 3696개다. 단과대별 과별로 모두 다르다. 진학지도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들은 전형정보 수집, 학생 상담, 중간기말 등 상하반기 시험 출제, 수행평가, 서술형 평가 등 수업과 관련한 고유 업무만해도 실로 과중하다.
류수열 교장은 “풍덕고등학교는 꿈을 이뤄주는 배움터가 되기 위해 모든 교사들이 혼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아닌,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의 요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학교가 될 것입니다”라고 힘줘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