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허씨 묘역 400년 전후 석물 무더기 도난
용인서 잇단 발생…비지정 문화재 관리 구멍
시는 도난 사실조차 몰라…뒤늦게 지정 추진
<본사‘문화유적답사단’확인>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쓴 허균(1569-1618·조선 소설가) 묘소와 그의 누이 천재 여류시인 난설헌 허초희(1563-1589.조선 여류시인) 시비가 있는 원삼면 맹리 소재 양천허씨 묘역 석물이 잇따라 무더기로 도난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4월29일 용인신문사가 ‘2001년 4대기획사업’일환으로 5년만에 재추진한 ‘용인향토문화유적답사단(단장 홍순석·강남대 국문과 교수)’의 첫 번째 현장 답사에서 확인됐다.
이날 답사단이 확인한 도난 석물은 허균 아버지 허엽(1517∼1580·조선중기 문신) 묘소의 망주석 2기, 허엽 아버지 허한 묘소의 문인석 2기, 허부(1585∼1659) 부인 초계변씨 묘소의 동자석 2기 등 총 6기로 석물이 뽑혀나간 자리는 황토 흙이 파헤쳐진 빈구덩이만 남아 있을 뿐 별다른 흔적은 없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허엽 묘소 장명등 1기, 허부 묘소 동자석 2기와 장명등 1기, 허기(1536∼1601)묘소 장명등 1기가 잇따 도난 당한 것으로 밝혀져 최근까지 무려 10기 이상이 사라졌다.
뿐만아니라 정원조형물로 밀거래가 되고 있다는 장명등은 이미 허균, 허봉, 허성 등 묘역 전역에서 사라진지 오래됐고, 그나마 유일하게 남아있는 허실 묘소 장명등은 옥개만 없어진 채 훼손됐다.
묘역 관리인 김현수(43·원삼면 맹4리)씨는 “지난 4월15일께 석물 도난 사실을 확인한 후 원삼파출소에 신고 했으나 석물의 크기나 모양새를 정확히 몰라 속수무책인 상태였다”면서 “지난해에도 올해와 같은 시기인 농번기때에 석물을 무더기로 도난 당했었다”고 말했다.
홍순석 단장은 “분묘 도굴이나 석물 도난 사건은 4월 한식이후부터 10월까지 농번기를 틈타 출처를 확인하기 힘든 문인석 동자석 장명등을 대상으로 전국 곳곳에서 발생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용인지역에서는 분묘의 석물들이 대책없이 매장, 매매, 방치되고 있어 비문화재도 관리대장을 만드는 등 체계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인 지역에서는 지난해에도 포곡면 신원리 소재 향토유적 제32호 이애 경신공주 묘역(600년) 장명등 1기가 도난됐고, 무관석 2기가 파손되는가 하면 중요 묘역이 도영풔?등 잇따라 크고 작은 문화재 도굴·도난 사건이 발생해 철저한 문화유적 관리대책이 요구돼 왔다.
용인향토문화지킴이 시민모임 박용익 공동대표는 “용인에는 문화재 가치가 있는 200기 이상의 분묘가 있으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이미 도난 됐거나 훼손됐어도 정확한 사실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해 유사 사건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시 관계자는 “비지정 문화재이기 때문에 관리 책임이 없고, 솔직히 석물 도난 사건이 있었는지 몰랐다”면서 “빠른 시일내에 문화재 지정을 위한 절차를 밟겠다”고 밝혀 관리주체가 없는 비지정 문화재의 심각성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