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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휘청거리기만 하는 나의 사랑에게”

화제의 시집-1 | 박완호 네 번째 시집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김종경 기자  2011.04.25 12: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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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놀다 간 자리, 몰래 살이라도 섞었는지 막, 배가 불러오는 봄꽃들, 그 간질간질한 마음을 손에 담아보내고 싶었다, 너에게 -시 「봄꽃 편지」전문 박완호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서정시학)를 펴냈다.

 


1991년 등단 후 20주년에 펴낸 시집이다. 1999년 첫 시집『내안의 흔들림』이후 줄곧 ‘인간주의를 바탕으로 한 생명력의 옹호(우대식)’라는 생명에 대한 깊은 연민과 성찰이 돋보인다. 현실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부조리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야말로 끊임없는 시적 단련에서 온 자의식의 표출이란 평이다.


   
박주택 시인은 “박완호의 시가 낮고 쓸쓸한 곳을 응시할 때 말의 핏줄이 생생하여 우리를 감응하게 하는 것도, 그의 시가 ‘재현’의 육체를 입고 외부의 세계를 노래할 때 그 진실함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도, 바로 사물과 대상을 꿰뚫는 응시가 예지에 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송사리가 뛰어올랐다 내려앉은/ 수면이 파르르 떨린다, 소심한/ 물낯을 흔드는 것은 물고기를 놓친/ 허공의 자책, 처음 온 곳으로 햇빛을 되돌려 보내는…(중략)…너와 나, 나의 순간이 나의 순간 위에/ 지나온 시간의 무게를 얹었기 때문, 잔잔한/ 물의 낯에 한 겹 한 겹 지문을 새기는 일,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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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는」부분. 「봄꽃 편지」처럼 극 서정의 새로운 일면이 행간마다 숨어있기에 시 읽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어쩌면 시인은 물의 낯에 섬세한 마음의 지문을 새기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용인에 살고 있는 박완호 시인은 충북 진천 출생으로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고, 현재 풍생고등학교 국어과 교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