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시인 이향란의 세 번째 시집 『한 켤레의 즐거운 상상』(지혜사랑)이 나왔다. 시인은 ‘수년간 혹독하게 나를 유폐시켜……그대와 나의, 비루하지만 즐거운 상상 한 채’를 완성했다. 그 상상 한 채에는 ‘비상하는 꿈’이 가득하고, 이젠 또 다른 상상 속의 인생을 꿈꾼다. 시를 찾아 어딘가로 떠날 채비가 끝난 듯 보인다.

이승희 시인은 “오래 응축되고, 오래 품어온 말들의 깊은 사유가 곳곳에 배어있는 그녀의 시세계를 걷는 일은 내내 쓸쓸한 이면 같지만, 그 이면의 내력을 더듬어 읽다보면 공중에서 꽃피는 마음의 공력이 얼마나 침착하고 단단한지를 알 수 있다”고 평했다.

‘먼 곳으로부터 흘러온 목이 짧은 짐승과/ 숨은 사내의 인생을 싱싱하게 발췌해 읽는/ 한 켤레의 즐거운 상상’ -「한 켤레의 즐거운 상상-구둣가게에서」전문.

김상미 시인은 “비록 그 대상이 새 길에 의해 버림받고 새조차 떠난 침엽수림일지라도 그녀는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한 켤레의 즐거운 상상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자신을, 주변을 정직하게 관찰하고 아프게 응시한다”고 말했다.

시인은 갇힌 자유를 탐닉해왔는지도 모른다. 첫 번째 시집의 안개 연작시에서 느껴졌던 우울함이 걷히고 나타난 생동감, 이젠 내면에 숨어있던 발랄한 시적 상상력이 또 다른 자유로 분출한 느낌이다.

이향란 시인은 강원도 양양 출생으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년 시집 『안개 詩』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용인에 살며 용인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