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가계소비 중 담배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고소득층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국내 수입담배 업체가 갑작스럽게 담뱃값을 인상해 논란이다.
외국담배 국내 공급업체인 BAT 코리아는 지난 28일 던힐과 보그, 켄트 등 일부 담배 가격을 8% 전격 인상했다.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2위인 BAT 코리아의 가격인상에 따라 필립모리스 등을 공급하는 PM 코리아와 JTI(마일드 세븐 등) 코리아 등 다른 외국담배 수입회사도 담배 값을 인상키로 결정해 서민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별 가구당 가계수지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일수록 전체 소비에서 담뱃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특히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총 소비지출 중 담배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2.4배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1분위 가구당 월평균 담배구입비는 1만3766원으로 전체 소비(115만1306원)의 1.2%에 해당했다.
전체 가구당 월평균 소비(228만 6874원) 중 담배구입비는 1만 8501원으로 0.8%를 차지했다. 중·하위 소득층에 해당하는 1~3분위 가구의 담뱃값 비중이 모두 평균치를 넘은 셈이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은 서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담배와 관련된 각종 세금은 간접세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 시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커져 소득역진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잡기에 나선 정부는 이들 수입 담배업체들의 가격인상에 속수무책이다. 담배가격이 신고제로 업체 측의 자율 결정사항이기 때문.
수입담배 공급업체 들의 이번 가격 인상은 대표적 규제산업인 담배업계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의 ‘반란’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세금 등의 조정이 이뤄질 때 일제히 가격을 올리던 관행과 달리 업체 측 내부사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초유의 사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담배가격의 경우 지난 2009년 정부가 인상작업을 진행하다 ‘서민증세’라는 역풍으로 백지화 된 바 있어 이번 인상에 따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국내 담배업체인 KT&G 측은 “담배가격이 서민 경제와 직결되고 정부 측 물가정책과 밀접한 만큼 국산 담배 가격 인상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