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경기로 인하여 외국으로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불경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각 분야마다 아직도 고치고 풀어야 할 산적한 문제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
필자가 몇 년간 살았던 미국은 여러 면에서 한국보다 살기 좋은 나라이다. 그곳은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씨랜드·예지학원 화재사고와 같은 인재(人災)가 정말 드물다. 무엇보다도 입시 지옥이 없어서 아이들에게는 천국이다. 그리고 불법 체류자들을 때린다든지 임금을 안 준다든지 그런 일도 없다. 더욱이 미국사회는 어디를 가도 뇌물이라는 것이 통용되지 않는다. 돈이 없어 병원에서 쫓겨나는 일도 없다. 한마디로 미국은 사람이 살기에 더 할 나위 없이 편리한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사는 동안 한편으론 늘 마음이 적적했다. 남들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을 듣곤 했다. 그 원인은 아마도 문화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답답할 때 친구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이런 맛이 없다. 미국은 정말이지 놀이 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그 대신 모든 사람들이 스포츠 구경을 그토록 즐기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갈 데 없는 남자들은 자연적으로 가정적(家政的)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주부들은 좋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녀들은 답답한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속상할 때는 친정에도 다녀오고 동창들을 만나서 수다도 떨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풀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도시에 살아도 꼭 무인도에 와서 사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한국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에 가기도 하는데, 이민생활에 스트레스 받고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교회도 늘 편안하지만은 않다. 원래 눈물도 한(恨)도 많은 우리 한(韓)민족인데, 미국에 와서 살면서 쌓여 가는 사회적·문화적인 단절감과 그로 인한 소외감이 생각보다도 심각하다.
필자는 과거 미국에서 수많은 한인들을 지켜보며 살았다.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비교적 다양하지 않은 직종에 종사하며 살고 있는 곳이 미국의 한인사회인 듯 싶다. 그런데 과거의 필자를 포함하여 이들은 모두 공통된 - 이름을 붙이기가 곤란한 - 그 어떤 병을 앓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