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심해지면서 지난 3월 벼 수매 선도자금을 쓴 농가들은 올 가을 쌀로 갚지 못할 경우 7% 이상의 이자를 물면서 돈을 갚아나가야 한다며 땅이 꺼지는 한숨을 내쉬고 있다.
농기계 구입 등으로 이미 수천만원의 농가 부채까지 끌어안고 있는 농민들.
엎친데 덮치는 격으로 겹겹이 쌓여 늘어만 가는 빚과 이자에 까맣게 그으른 얼굴에는 움푹한 주름만 패이고 있다.
특히 남사면 완장리 주민들은 시가 가뭄에 대비해 장기적인 양수대책을 이미 마련했어야 한다며 이제라도 양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서명 작업에라도 착수할 뜻을 비쳤다.
23일 오후 3시 남사면 완장리 상동 부락. 완장리 가운데서도 가장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이 마을은 대부분 모내기를 하지 못했다.
농민들은 무슨일이 있어도 6월 10일을 넘겨서는 안된다며 그때까지 모를 내지 못하면 올 농사는 포기하는게 낫다고 하소연 한다.
"지난해 7월에 모를 냈더니 키가 작아 콤바인에 잡히질 않아 먹어보지도 못했어요. 낫으로 빌 일손도 없어요."
이 마을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이준호(65)옹과 아들 이재남(42)씨는 1만2000평 가운데 300평밖에 모를 심지 못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오로지 논농틔?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아들 이씨는 트렉터 사느라고 부채 3000만원 정도가 있는데다 올해 벼선도 수매를 통해 700만원 정도 돈을 받아 썼다며 농사를 망치게 되면 큰일이라며 한탄했다. 모를 낸 논도 생활 하수를 양수기로 끌어올려 간신히 물을 댔다.
김학기옹(64)도 40마지기 중 10마지기 간신히 모를 냈다며 물이 없어 큰일이라는 말을 맺기도 전에 자전거를 타고 논으로 달려 올라간다.
김진택 이장(44)은 "완장리 상동 부락 어디를 가도 대부분 모를 내지 못했다"며 덕성리 방향 바래울 골짜기로 안내했다.
"농로 포장이 중요한게 아녜요. 가뭄을 대비한 장기적인 양수 대책이 있어야 한다구요."
지난해도 가뭄이 심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는 이장은 이미 장기적인 양수 대책이 세워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조금만 내려가봐요. 완장 3리 아래쪽 하천에는 물이 넘쳐나고 있어요. 물을 흘려 버릴게 아니라 거꾸로 끌어올려 고지대에도 항상 물이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물을 해줘야 합니다."
김 이장은 물의 재활용을 강조하면서 완장 2리 상동부락만 혜택을 받는다고 볼게 아니라 고지대로 퍼올려 쓰고 다시 물을 흘러내려가게 하면 남사 전체 지역에 물이 흔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모를 낸 논은 가물에 콩나듯 한두개 있을 뿐 골짜기로 올라갈수록 말라버린 논은 무더운 날씨와 함께 숨을 막히게 했다.
모를 낸 논까지도 물이 부족해 말라가고 있어 가뭄이 며칠만 더 계속되면 논에 풀만 무성히 자라 올 농사를 망치는 것은 불보듯 뻔하고, 모판의 모까지도 말라 죽을 지경에 놓여있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농토를 지키고 있는 완장 상동 부락. 생계를 논에 의지하고 있는 노인들은 지금까지 이런 가뭄은 처음본다며 걱정에 끝이 없다. "이 골짜기는 예로부터 고논이라고 했어요. 부자가 모여사는 곳으로 통했어요. 농토가 가장 많아 이 골짜기 사람들은 항상 쌀을 먹었으니까요."
옛날의 영화를 이야기 하는 이장의 회고는 무정한 자연의 순리 앞에 안쓰러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