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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주 한 병이 공짜』- 임희구

“노동의 삶을 해악과 풍자로 아름답게 표현”

김종경 기자  2011.08.30 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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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계간 ‘생각과느낌’으로 등단한 임희구 시인의 두 번째 시집『소주 한 병이 공짜』가 문학의 전당에서 나왔다. 제1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시적 화자에게 부여된 고단한 노동의 삶을 해학과 풍자로 그려내고 있다.

정우영 시인은 “임희구의 시에서 나는 대다수 기층민중의 고달픈 삶의 궤적을 마음 아프게 느낄수 있었다”며 “우리가 익히 알면서도 굳이 소외시켰던 수많은 영세민들의 부박한 하루가 편편마다 튀어나왔다”고 평했다.

“생애 처음으로/ 양복 한 벌을 선물 받고서/ 애지중지 감춰놨다가/ 어느 밤 홀로 깨어나/ 양복 속으로 쑤욱 들어가 본다/ 까칠한 살에 비해/ 살아온 날들에 비해/ 옷이/ 너무 근사하다/ 옷이 아니고 한 채의 집 같다/ 새로 든 집이/ 오래 묵은 집처럼 아늑하다”(‘양복 한 벌’전문)

이에 박형준 시인은 “무엇보다 슬픈 것들조차 따뜻하게 하는 이 시인의 유머에는 진지한 시선이 담겨 있다”면서 “쉬운 말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이 ‘진지한 가벼움’ 앞에서 내 슬픔조차 편안해지고, 마음이 녹는다”고 말한다.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중략)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소주 한 병이 공짜’ 중)

이병률 시인 역시 “이런 순한 시법(詩法)이 우리 시단을 올곧게 받쳐 주고 있으니 이 또한 희망일 것”이라며 “시라는 괴질을 앓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시인들에게 그는 맏형”이라고 평했다.

   

 

 

임희구 시인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방통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계간 『불교문예』사무국장을 지냈으며, 첫 시집으로 『걸레와 찬밥』이 있다. 2007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한바 있다. (문학의전당. 96쪽.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