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화제의 시집 『기울어짐에 대하여』 문숙 시인

“세계의 곤핍한 것들을 구원하는 시”

김종경 기자  2012.04.09 13:19:21

기사프린트

첫시집 『단추』이어 두번째 시집 6년만에 발간
평범한 사물과 일상 체험들까지 시적 생명 부여
불교 관점에서 성찰한 고뇌가 독자의 가슴 울려

   

문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기울어짐에 대하여』(애지)가 최근 출간됐다. 2000년도 〈자유문학〉으로 등단 한 후 첫 시집 『단추』에 이어 6년 만에 발간 한 것.

문 시인은 자신의 불교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평범한 일상들을 편편히 뜨겁고도 부드럽게 조탁한 55편의 시를 담아냈다.

“친구에게 세상 살맛이 없다고 하자/ 사는 일이 채우고 비우기 아니냐며/ 조금만 기울어져 보란다/ (중략) / 내가 두 아이 엄마가 된 것도/ 뻣뻣하던 내 몸이 남편에게 슬쩍 기울어져 생긴 일이다/ (중략) / 노인들도 중심을 구부려/ 지갑을 열듯 자신을 비워간다/ 시도 돈도 연애도 안되는 날에는/ 소주 한 병 마시고 그 도수만큼/ 슬쩍 기울어져 볼 일이다” (‘기울어짐에 대하여’ 중에서)

문 시인은 중년에 이른 삶의 회한까지 담담하게 묘사하는 여유를 곳곳에서 보여준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서정성이 강화됐다고나 할까.

첫 시집의 시문들보다는 단연 절제된 느낌이 있지만, 내면 깊숙이엔 불교적 관점에서 성찰한 고뇌가 독자들의 가슴을 울려주고 있다.

문학평론가 장영우(동국대 교수)는 “대부분의 뛰어난 재능의 시인이 그러하듯 문숙 또한 평범한 주변 사물이나 일상적 체험에서 시적 상상력을 발동하여 사물과 현상에 새로운 의미와 생명을 부여하는 데 만만치 않은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문숙 시를 지탱하는 지배적 정신구조는 비우고 버리기의 탈욕망 사상으로 자기희생은 불교의 자비정신과 일맥상통 한다”고 평가했다.

“당신을 위해 속 빈 동그라미로 거듭 났습니다/ 매운 맛을 없앴습니다 이제 눈 붉힐 일은 없습니다/ 잘 부서지기 위해 물기도 완벽하게 탈수했습니다/ 피돌기를 끈적하게 하던 제 고집은 이제 완전히 제로입니다/ 동맥경화나 심장마비 걸릴 일은 없으니 안심하고 드시지요/ 인공조미료로 맛을 내고 향신료를 곁들여 추억만을 씹히도록 했습니다/ 방부제를 듬뿍 넣어 상할 일도 없으니 아무 때나 드시지요.” (‘양파링’중에서)

이에 문태준 시인은 “문숙 시인의 시는 생각의 편벽함이 없다는 게 첫째가는 장점”이라며 “종교수행자처럼 이 세계의 곤핍한 것들을 구원하고, 위트가 곳곳에 햇잎처럼 돋아 있어 시집 낱낱의 장을 넘기는 동안 속마음이 반짝반짝한다”고 덧붙였다.

문숙 시인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2000년 『자유문예』으로 등단했고, 계간『불교문예』편집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는『단추』,『기울어짐에 대하여』가 있고,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애지.112쪽.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