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은 숫자가 나와서 공표를 못 하고 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해직 언론인 등이 제작하는 팟캐스트 <뉴스타파>의 앵커인 노종면 YTN 해직기자는 지난 9일 <뉴스타파>의 다운로드수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다운로드 수는 수백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방송은 선거를 이틀 앞두고 민간인 불법 사찰을 주제로 한 내용이었다.
<뉴스타파> 내부에서는 인력난 등으로 총선 이후 방송을 접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 제작진들은 이 같은 폭발적인 ‘호응’을 무시할 수 없었다. 분명 팟캐스트는 총선에서 영향을 끼쳤고, 정론(正論)을 추구하는 뉴스를 선보이겠다는 <뉴스타파>의 실험은 궤도에 무사히 올랐다. 지상파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10명의 인원이 매주 1시간 분량의 영상물을 만들어 내는 ‘노동 강도’는 셌다. 대다수가 현장 취재에 투입되고 매주 목·금요일은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제작진들은 기성 언론들보다 앞서서 4대강 공사 현장, 제주도 강정마을을 찾았고, 현장에서 실껏 욕설을 듣고 취재 방해를 당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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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팟캐스트 <뉴스타파> 노종면 앵커 (YTN 해직기자) |
그럼에도 노종면 앵커는 “취재 현장에서 욕을 먹더라도 취재할 게 있으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선에서 뉴스타파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혀, 기성 언론과 차별화를 통한 전략이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뉴스타파>는 장기적인 방송을 위해 자발적인 후원금을 검토 중이다. 진보적 팟캐스트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지난 23일 노종면 앵커를 만나 인터뷰했다.
- 이번 총선 결과를 평가하면?
“이번 선거는 SNS가 부상한 이후 치러진 최초의 전국 단위 선거이자, 방송사가 유례없는 파업을 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SNS는 네트워크가 조직된 지역에서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파업 상황에서 언론이 장악돼 방송의 질이 저하됐고, 왜곡·편파 보도가 극에 달했다. 다만, 이런 지상파 보도는 수도권에서는 영향력 면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세대별로 보면 장노년층에서 지상파가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본다.”
- SNS의 영향력이 축소됐다고 보나.
“그렇게 볼 여지가 전혀 없다. SNS는 네트워크가 조직돼 있는 곳에서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다. 기존 미디어가 대연합을 이뤄 왜곡·편파 보도를 했는데, SNS 사용자가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선방한 것 아닌가. SNS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주장하려면 트위터 이용자 수, 팔로워 수 등이 감소했다는 데이터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것을 제시한 보도를 보지 못했다. 트위터를 봐도 팔로워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네트워크의 촘촘함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 팟캐스트가 이번 총선에 끼친 영향은?
“팟캐스트는 일방적이라는 점에서 SNS와 다르지만 이용자는 중첩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SNS와 팟캐스트의 영향력과 한계도 같을 것으로 본다. <뉴스타파>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보는데, 총선이 임박해서 팟캐스트 이용자가 급증하기도 했다. 팟캐스트 이외에도 유튜브, 다음TV 같은 여러 채널을 통해 데이터를 분산시킬 정도였다. 또 <뉴스타파> 보도 이후 트위터에서 회자되는 정도나, 외부 응원, 시청 확산 움직임 등을 볼 때 인지도나 매체력이 확산되고 있다는 추세다.”
- 구체적인 사례를 말해달라.
“뉴스타파는 4대강, 강정마을, 불법 사찰과 관련한 이슈를 던졌다. 4대강의 대형 세굴 사태, 강정마을의 인권 탄압 사례, 사찰의 불법 행위를 심도 있게 전했다. 정말 심각한 문제였는데 이런 사안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방송이 없었다. <PD수첩>이 해오던 역할이었지만, 파업 기간이라서 그 역할을 못했다. 그렇다고 <나꼼수>나 다른 매체에서 보도하는 방식이 뉴스 시청자들에게는 부족한 면이 분명히 있었다.”
- 나꼼수, 이털남 같은 다른 팟캐스트와 경쟁 관계라고 볼 수 있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고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기존 매체 환경을 봐도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팟캐스트도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뉴스 소비자들이 행복해지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팟캐스트 형식의 보도 콘텐츠의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다양성 면에서 갈 길이 멀다. 이제 시작이다.”
- 그동안 취재 과정에서 힘든 점은.
“취재를 회피하는 경우는 있어도 카메라까지 있는데 대놓고 욕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뉴스타파> 취재하면서 욕을 많이 먹었다. 최근 몇 년간 언론을 바라보는 힘 있는 세력들의 시선이 바뀌었다고 본다. 언론에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더욱이 재미난 현상은 국회의원, 관에 계신 분들은 <뉴스타파>가 취재를 가면 ‘예의를 지키라’고 말했다. 공인에게는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책임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면 안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언론계 책임도 있다. 수십 년 간 지속된 출입처 구조 속에서 관료,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말하고 싶을 때만 카메라 앞에 서게 놔 둔 것이다.”
- 대선을 앞두고 무엇을 고민하고 있나.
“우리의 출범 목적은 기성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것을 보도하는 것이다. 장악된 언론이 외면하는 아이템을 보도할 것이다. <뉴스타파>가 스스로 아이템을 결정하지 않아도 장악된 언론을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정론(正論) 보도가 자연스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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