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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더뎌도 정성인 것 같습니다. 누구에겐가 만들어 선물로 줄 때는 내 정성과 기도가 전달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땀 한 땀 애들 옷을 만들 때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듯 말이에요.”
용인문화원 부설 규방문화연구소(소장 변인자)는 현대 사회의 바쁜 일상 속에서 느림과 더딤의 미학을 찾는 여성들로 북적인다. 한복, 보자기, 장신구, 침구류 등 수강생들의 손에서는 아름다움이 하나씩 둘씩 탄생한다.
이곳은 일반과정, 전문 과정, 예비연구반에 이르는 단계별 과정이 마련돼 있어 규방의 기초부터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전체 과정을 한곳에서 이수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각 과정이 1년 단위로 돼 있어 충분하게 이론과 실기를 익힐 수 있는 이곳은 규방학교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이나 전시장 관람, 염색하기 등 야외 수업도 병행된다.
규방공예에 뜻을 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교육장이 있을 수 없다. 이처럼 최소 3년의 과정을 마치게 되면 연구회 입회 자격이 주어진다.
하루 2시간 30분의 수업을 위해 멀게는 광주 대전 여수 거창 등지에서도 수고를 아끼지 않고 올라온다. 남양주 일산에서 오는 수강생도 있고, 가깝게 분당에서 많은 수강생이 찾는다.
멀리서 오는 수강생들한테 미안해서 변인자 소장이 “뭘 오시냐”고 해도 규방공예에 대한 열정은 이들을 말릴 수 없다.
총 70여명이 수강을 하는데, 처음 배우는 초보도 있고 바느질 솜씨가 익숙한 고령자도 있다. 왕초보의 경우 실 바늘 다루는 것부터 배워 나가 예비연구반에 이르고, 마침내 연구소 회원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로 태어날 수 있다.
다른 곳에서 공방을 운영하던 사람도 이곳의 일반과정부터 새롭게 다시 밟아나가는 경우도 있으며, 그간 활동해온 포트폴리오의 심사를 통해 전문 과정부터 수강하기도 한다.
그냥 좋아서 여가로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강사나 공방운영 등의 뜻을 두는 수강생도 있다.
예비 연구반의 경우는 수강생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강사 트레이닝 코스로 운영된다. 이론과 실기, 그리고 장보기, 패키지 만들기 등 강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본을 두루 갖추게 된다.
“수강생들은 전통적인 고급 공예를 한다는 자긍심이 있어요. 단 인내심이 필요한 분야에요.”
변 소장은 규방공예를 하면 집중력도 생기고 성취감도 높아진다고 한다. 이곳 연구소에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관심이 높아 30, 40대가 주류를 이룬다.
고령자는 자식 출가시키고 외로워 하다가 바느질에 푹 빠져 살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임 여성이 규방공예를 배우다가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 때문이다.
이곳 연구소는 규방공예가 전통의 것이라고 해서 전통적인 방법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서 재봉도 쓴다. 또한 과거처럼 정해진 색에서 벗어나 현대 감각에 맞는 색을 사용한다.
규방공예가 발전하려면 병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중화가 돼야 활성화가 되고, 또 그래야 전통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한복의 속옷이었던 고쟁이나 단속곳이 일상복으로 변형돼 패션화 되고, 조각보가 발이나 러너 테이블보로 활용되는 등 실용이 살아나는 규방공예는 나만의 명품을 갖는 행복한 과정임은 물론이다.
변인자 소장은 대통령 직속 브랜드 코리아위원회 ‘대한민국 브랜드 코리아’ 선정, G20 정상회의 한국대표 조각보 전시, 국가브랜드위원회 한국대표 규방공예 논설 기고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