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는 백악지장이라 해서 모든 음악의 으뜸이지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수십년 하다보니 이제 알겠더군요. 거문고는 나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나를 다스리는 악기라는 것을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하고 청아한 선비의 자태와 마음가짐으로 수십년 동안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는 이오규 교수(용인대 국악과·용인예술단 단장).
여느 사람처럼 기술과 기교로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그는 늘 심연에 풍류 정신과 선비의 단아한 마음이 푸르게 빛나는 가운데 고고하게 거문고를 연주한다. 그는 심지어 나를 다스리기 위해, 수행목적으로 거문고를 연주한다고 말할 정도다.
젊은 시절부터 우리나라 국악계의 원로들과 주류를 형성하면서 탄탄한 국악 외길 인생을 걷고있는 이교수.
그는 자신의 기량과 능력과 경력을 절대 뽐내지 않는 가운데 겸손하고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고 정넘치는 멋과 풍류로 주위 사람들을 국악의 세계로 인도한다.
어려서부터 수학에 뛰어나고 목소리가 좋았던 이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 사장 어른인 김기수 선생으로부터 국악 학교로의 진학 권유를 받았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던 이 교수는 피타고라스가 수학과 음악에 뛰어난 점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수학을 잘하니 음악을 잘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서 국비 장학생으로 국립국악 중고등학교에 진학, 뒤도 안돌아보고 열심히 국악관련 모든 과목을 공부 했다.
특히 이교수는 사장 어른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해 했다.
이교수는 중학교 3학년때 옛날 선비의 도가 끊어질까 걱정해, 과거 선비들이 즐겨 연주하던 거문고를 전공하게 됐고 그후 역시 선비들이 했던 가곡을 전공하게 됐다.
선비의 도와 풍류에 심취해 있던 이 교수는 현재도 잊혀져 가는 선비 문화를 다시 살렸으면 하는 변치않는 당시 초심의 마음으로 연주를 한다.
"테크닉 보다는 풍류도를 찾는 것을 화두삼아 연주하고 있습니다. 풍류 정신 살아나는 것, 그리고 풍류 정신을 다음 세대에 이어주는 것으로 연주를 귀결 시키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국악과에 진학한 그는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해 한때 다른 것을 하고자 마음 먹었던 적도 있으나 곧 국록을 받고서 중고교 시절 공부한 기억을 떠올리며 끝까지 처음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역시 수학을 잘해서인지 음악에서도 뛰어났던 그는 2학년 시절 잠시 휴학을 하고?경주 시립국악원 중학교 교사를 1년간 한다. 그후 골수염을 앓으면서 1년 이상을 허비한다. 군대까지 갔다오느라 3년여의 공백을 가진 그는 제대후 국립국악원에 취직해 약 2년간을 연주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항상 성실하고 단아한 몸가짐, 마음가짐으로 뛰어나게 연주하는 이 교수는 원로와 선배들의 눈에 쉽게 띄었고 대학을 졸업하던 무렵에는 국립국악원,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등 여기 저기서 오라는 권유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졸업후 진로는 바늘구멍 같던 시절이었다.
이교수는 자신의 종가집인 국악원을 택해 무급 단원부터 다시 시작, 지난 95년 용인대 교수로 부임하기 전까지 약 20년간 국악원 생활을 하면서 거문고 차석, 수석, 총무, 부악장까지 역임한다.
그는 27세의 어린 나이에 인간문화재와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정농악회에 최연소자로 입회를 권유 받기도 한다. 이 교수의 인품과 자질을 두루두루 살펴봤던 원로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이교수를 원했다.
대학교 2학년때 친구와 둘이서 30여명 단원으로 구성된 국악관현악단 원악회를 결성해 6~7년간 활동하기도 한다. 원악회를 밑거름으로 해서 원광대 국악과가 생기고 원음국악관현악단이 생기는 계기가 되기?한다. 당시 원악회 활동을 함께 하던 단원들은 지금은 전부 수석급 이상의 연주가로, 지휘자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연주자 모두가 한 번 서보고 싶어하는 카네기 홀 무대에 벌써 두 번씩이나 선 이교수는 잦은 해외 연주는 물론 음반 제작과 후학 지도, 그리고 연주에 24시간을 깨어 살고 있다.
최고 지선을 선금, 즉 거문고에서 최고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오규 교수.
시와 서와 차를 즐기는 선비들이 향유했던 선비문화와 풍류문화를 본받으려 한 이교수는 풍류하다보니 신라시대 화랑정신과 맥 이어지고, 고려때 팔관회와 연관되고, 조선때 선비문화와 연관된다며 21세기에 맞는 신사도를 만들어 세계가 하나 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한다.
"테크닉 구사가 기본이지만 거문고와 내가 하나가 되고, 우주와 내가 합일되는 길을 찾아 연주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