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택지 개발에 따른 문화유적 파괴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어 머지 않아 용인 지역의 문화재 대부분이 사라지게 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 물론 이같은 문화유산의 파괴는 용인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2년전 매장문화재 발굴 반세기를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 석상에서도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국토개발사업이 최근처럼 진행될 경우 10년 내에 대부분의 문화유적이 사라지게 될 지 모른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문화유산의 파괴가 진행되는 가운데 용인에서도 문화유산의 파괴가 급행열차를 탄것처럼 진행되고 있다.
유독히 택지개발 사업이 많은 용인. 더구나 산수가 좋아 전원주택까지도 크게 한몫을 거든다. 매일같이 땅이 파헤쳐지면서 수만년전 유적부터 수천 수백년전 유적까지 송두리째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불과 1년전 양지면 평창리에서 2만5000년전 구석기 유적지가 발견됐을 때 학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구석기 공작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며 학계가 들썩거렸지만, 이 유적지는 곧바로 전원주택 건설에 밀려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진 채 지금은 집짓기 공사가 한창이다. 연천군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의 경우 토지소유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적지 개발을 유보하면서 차츰 전국적인 관심과 명망을 얻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세계적으로 학계의 연구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물론 전곡리에서는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전후해 연천군 주최로 원시체험 행사가 열리면서 살아있는 현장 교육에도 기여하고 있다. 평창리의 경우도 현장이 그대로 보존돼 이같은 살아있는 역사 학습장으로 부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순수 학술발굴이나 정비 목적의 발굴과 달리 개발에 따른 구제발굴의 경우 조사 기록을 남기는 자체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학계의 룰처럼 돼 있다.
그러나 옥석이 구분돼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화유산 가운데 귀하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없겠지만, 기록만으로 남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 학술자료의 필요성이 있다면 보존의 결단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개발사업으로 인해 실시되는 구제 발굴이 매년 30∼50% 이상 증가하고 있고, 이 가운데 발굴 허가가 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해 미조사된 상태로 파괴되는 유적이 많다고 한다.
용인만이라도 각종 개발 사업에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예외가 될 수는 없겠는가. 평창리 구석기 유적지의 파괴 상황에 대한 시청 공무원과의 대화 자리에서 공무원은 굳이 양지면 평창리를 강원도 평창이라고 정정해줬다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들으며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관리체계의 제도적 결함은 차치하고라도 문화재 전문행정 관료의 부재는 용인 문화유산 파괴를 더욱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지역의 중요 유적지 파괴가 어디 평창리 유적뿐이겠는가. 기흥·수지·구성 등에 진행중인 각종 택지개발로 인해 불붙는 개발붐이 아찔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