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에 중복이 지났다. 지난 초복에 이어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신탕을 먹었을 것이다. 그동안 외국의 동물 애호가들은 한국의 보신탕문화를 동물학대관습으로 간주하여 각종 압력을 행사하여왔다. 88올림픽 때는 잔뜩 긴장한 우리정부의 단속으로 보신탕이 잠시 주춤하던 때가 있었다.
그 후 보신탕을 우리나라 고유 음식문화로 선전(宣傳)하는 적극적인 대처가 등장하였다. 그래서,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보신탕문화를 설명하는 TV프로에서는 심지어 개 도살장에서 전기충격으로 개를 잡는 모습까지 방영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 프로는 우리나라에서 개가 애완용뿐만 아니라 식용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미국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정말이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슈퍼마켓에 가면 개와 고양이 먹이를 파는 진열대가 따로 구비되어있다. 그밖에도 개와 고양이를 위한 각종 시설과 수많은 물품들이 있다. 사람을 죽여도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단 하루의 감옥생활도 안 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러나 개에게 발길질을 했다가는 동물학대죄로 몇 달간의 감옥생활을 감수해야하는 나라가 또한 미국이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미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조심해야한다.
그런데 미국의 개와 고양이에 대하여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미국에도 각 도시마다 주인 없는 개와 고양이가 많이 있다. 그런 고양이는 모두 동물보호소로 잡혀오던지 혹은 맡겨진다. 그리고 거기서 입양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록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개와 고양이들은 모두 다 독극물 주사를 놓아 죽여서 화장(火葬)을 시킨다.
필자가 살던 도시의 동물 보호소에서는 가끔씩 흰 연기가 피어오르곤 했다. 그것은 많은 개와 고양이의 합동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다는 표시였다. 미국사람들이 가족처럼 여기는 개와 고양이를 단지 주인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혹은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이유 때문에, 죽여서 태워버리는 것을 보면 좀 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정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 정을 차갑게 끊기도 잘하는 미국인들이다. 미국에서는 애완동물들이 평소에 끔찍한 아낌과 사랑을 받지만 일단 주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으면 이때부터 이들의 운명은 이처럼 처참해진다.
근래 들어 광우병·구제역 파동 때문에 닭값과 개값이 상승하였다. 특히 개는 공급이 달려서 전국에 개도둑이 들끓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주인 없이 떠도는 개가 걱정거리로 등장한 적은 없다.
그런데 고양이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한국에는 지금 주인 없는 고양이들이 수없이 번창하여 들과 산의 생물들을 마구 잡아먹고 있다. 이 때문에 생태계의 파괴를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난 고양이들을 잡아다가 독극물 주사를 놓아 화장시켜야하는 일이 벌어져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