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어때?”
밝은 모습의 혜상씨가 자기가 그린 그림을 들고 들어선다.
8호 켐퍼스에 유화로 그린 티셔츠 한 장―
“어머? 당신이 벌써 이렇게 그렸어? 너무 잘 그렷다. 색감이 참 좋다…. 배경색이 너무 잘 어울린다. 흰색과 회색주류 셔츠에 벽돌색 배경이라…티셔츠 가슴의 노랑과 연두색 돛단배는 눈길이 모아지는 포인트이면서 사람들은 멀리 바다까지 그려지고…”왕초보들끼리 눈에 보이는 대로 수다를 떨며 즐거워한다.
20여년씩을 이웃하여 장사하며 지내는 비슷한 또래들이 이름그대로 골목친목회라고 해서 지난 가을 강릉 경포대에 다녀오면서 그야말로 그럭저럭 사는 얘기들을 많이 나누었다.표현의 차이일뿐 어쩌면 모두가 한결같은 느낌들일까?애기가 7∼8개월 되면서 젖니가 나기 시작하고… 등등 처럼 성장되어가는 과정처럼 모두들 삶의 무력함에 의욕들을 잃고 있었다.
이제는 장성한 자식들을 보면서 대견함도 있지만 자신의 존재가 존재하는지 확신이 안서는 마음 상태가 문제인 것이다. 나역시 그날 많은 생각을 했다. 그 가을에 나이값하느라고 그랬는지 가을 나기가 힘들었었다. 늦게 결혼하여 여지껏 남편과 아이들 운영하는 의상실외에는 다른 무엇도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
헌데 갑자기 내 생의 2/3는 지나고 이제 1/3만 남아 있다는 생각에 허무했고, 그 남은 기간에 조그만것이라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여고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던가….
욕심을 부린다면 체계적인 글쓰기를 습득하여 나중에 내 삶을 되돌아보며 자서전이라도 쓰고 싶은 야무진 욕심도 가져보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습득으로 되는 것 같지도 않고 쓰는 요령을 배워서 쓰는 것은 결코 아니고 자신에게 축적되어 있는 지식과 창의력 지혜, 경험, 등등 모든 기초를 갖추고 인격가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격미달인 것 같고… 그래서 그림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 분야도 창의력이 중요하고 등 등 있겠지만 그리는 자체를 즐기면서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시작하지 않고 이대로 10년이 지난다면 그 때도 똑 같은 말을 되뇌일 것 같았다.(그때 시작했더라면 지금쯤…. 하면서 작년 10월 23일 혜상씨와 나는 똑같이 시작하여 정말 열심히 참석했다. 기초 데생을 거치고 유화에 들어가 켄버스 2개째인 장미정물을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6월부터 너무나 시간을 낼 수 없었고 의상실을 마냥 비워두고 다볼 수가 없어서 2개월만 쉬겠다는 계획이 아무래도 내년 6월까지는 쉬어야될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즐겁다. 내 의지대로 시작했다는 것과 내년 7월초엔 다시 나가 지금도 화실벽에 미완성으로 붙어있을 장미를 좀더 성숙되고 멋있고, 살아 있는 장미로 완성시키리라.언제까지 어떻게 하고, 언제부터 이렇게 이렇게 해야지 하는 계획이 내 바쁜 생활에 항상 활력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엔 글쓰기도 기초부터 한번 계획을 세워서 배워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