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시절 가장 중요한 공부가 독서라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조기교육이다 뭐다 하여 지나치게 영어, 수학 위주의 공부속으로 떠밀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화되어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영어, 수학은 곧잘 하면서도 사회나 자연과목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반편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교과서를 꼼꼼히 읽고 핵심내용을 파악하거나 자료조사와 토론을 통해 나름의 논리를 세워 보고서를 작성하는 훈련이 부족한 아이들은 먹기 좋게 요리된 참고서의 요약정리를 무조건 암기하거나 문제풀이에 몰두하는 것이 최선인 줄 안다.
공부는 잘 하고 싶지만 스스로 공부할 의지와 힘을 상실한 아이들은 중학교입학과 동시에 소위 ‘종합반’이라는 명목의 사설학원에 의존하여 전과목 과외를 받는 지경에 이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책을 읽어도 남는 것이 없어요”“읽어도 이해가 잘 안돼요”라는 엉뚱하면서도 나름대로 일리 있는 항변을 자주 듣는다.
읽고 토론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교육 프로그램은 학교에서도 태부족이고 시험 잘 보는 기계를 만들어 낼뿐인 사설학원에서는 아예 기대할 수 없으며, 가정에서도 무관심하니 아이만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사고력이니 창의력이니 하는 쪽보다 오히려 국어 이해능력의 부족, 어휘력의 부족이 결정적으로 아이의 학습장애를 일으킨다는 데에 있다. 특히 우리말과 글의 절반이상인 한자어에 이르면 글은 분명 우리 글인데 개념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 영어로 써야 비로소 이해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말과 글의 역사적 형성과정과 문자생활의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한자교육을 외면한 결과이다.
아름다운 순 우리말을 많이 만들어내고 애용하는 일은 백 번 찬성할 일이지만, 한자교육을 소홀히 하여 절름발이 문자생활을 하도록 방치하는 일도 백 번 반대할 일이다. 한자공부는 한자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국어공부의 기초로 끝나는 것도 아니며, 모든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도구가 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많은 학습량에 짓눌려 기를 못 펴는 초등학생에게 한자교육의 짐을 얹어 준다면 부당한 것이 될까?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배워야할 상 한자는 1800자에 불과하다. 영어에 쏟는 노력의 10분의 1만 들여도 몇 배의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한자이다.
학교에서 수업시작전 선생님이 10분 동안 자습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종류의 ‘방문학습지’중에서 골라 가정에서 공부해도 좋다. 아니면 아버지 어머니가 매일 다섯자 정도씩만 써주고 소리와 뜻을 익히게 해 주어도 된다.
어느 정도 한자공부가 익숙해지면 한 글자 배울 때마다 국어사전을 찾아 새로 배운 한자가 들어가는 낱말을 익히면 더욱 효율적인 학습이 된다.
필자는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다. 너무 눈앞의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교육의 기초를 닦아주라고.
고기를 잡아주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고 아이는 정답 없는 인생, 교과서 없는 인생을 살게 될 테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최선의 교육인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독서플랜을 짜고 한자공부를 시켜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