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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논단> 가을, 아름다운 노년 예찬

용인신문 기자  2001.09.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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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름다운 노년 예찬

<전재만/송담대학 호스피스학>

늦가을 하늘은 높은데 빨갛게 잘 익어서 탐스럽게 달려 있는 사과나무의 사과, 이른봄에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고 그 다음에 맺은 열매는 풋사과로 자라서 무더운 여름 태양과 장마, 태풍이 부는 시련을 겪고도 끝까지 떨어지지 않고 가을 하늘의 햇빛을 받으며 달려 있는 그 풍경, 그것은 자연의 아름다운 과정과 질서를 나타내는 성숙된 결실이 아닐까 한다.
많은 사람들은 젊음을 아름답다고 예찬하고 동경한다. “내가 조금만 더 젊었어도”하고 말하지만 젊음이 그렇게 좋은 것인가.
성장의 과정으로 겪는 잠깐의 방황, 미래에 대한 불안, 무엇으로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고 채워야 할 것인지 사고하고 고뇌하며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세상의 모든 잘못된 것에 대해 저항과 정의를 짊어지고 불의에 분노하며 자신들보다 연세가 많은 기성세대는 모두가 속물로 보이던 그 젊음은 과연 예찬하고 좋아 할 만한 그런 시절인가?
꽃잎으로 떨어지고 작은 열매로 떨어지고, 풋사과로 떨어지고 잘 익어서 떨어지고 나무에서 맺혀진 것들 중에 마지막까지 남아서 농오?손에 의하여 저장고로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그 사과는 참 좋은 사과일 것이다.

인생은 60부터

70세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지금은 부재중이라고 말하라
80세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이르다고 말하라
90세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라
100세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때를 봐서 이쪽에서 슬슬 간다고 말하라

나와 함께 호스피스를 하는 한 분이 계신다. 항상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고 멋있게 눌러쓴 모자, 어디서나 당당하고 잘 익은 멋과 맛을 풍기며 젊은 정신과 마음을 그 분을 가졌다.
어떤 것의 질문을 하더라도 그 말에 대해서 언제나 자세하게 말씀하시고 때로는 곤란한 질문을 해도 화내는 적이 없고 때로 버릇없이 “왜 늦으셨습니까”하면서 등을 두드려도 고개를 꺄우뚱거리시면서 무슨 일 때문에 혹은 어디를 다녀오느라고 그렇게 되었다고 말씀하신다.
한 이 년 전에는 그렇게 젊으신(?) 연세에 미국에 가셔서 몇 달을 계시면서 멀리 남미에 사는 처남을 만나려고 브라질까지 다녀오신 분이시다.
“내가 미국 양 노야지 심장을 가져서 욕심이 많아요” 하시면서 웃 신다. 그것은 심장병으로 인해서 돼지판막을 이식하셨기 때문이다.

한번은 병원 구내식당에서 식사 후 이런저런 담화를 하다가 이금주 권사께서 자기교회에 잉꼬처럼 다정한 부부가 있는데 한 자리에서 “나는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당신하고 결혼하여 살고 싶다”고 하니까 남편 되시는 분이 정색을 하시면서 “농담이라도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나요. 그 남편 되시는 분은 지병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서 항상 희생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짓궂게 주변 분들에게 돌아가며 질문을 했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현재의 배우자는 싫다는 것이다. “목사님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라고 했더니,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새로운 사람하고 살아봐야지. 무엇 하러 똑같은 사람하고 또 살아”하셔서 박수를 치면서 “그 말씀이 정답입니다.”하면서 한참이나 웃었다.
금년에도 미국에 외손녀 결혼식에 가셔서 석 달이나 계시다가 오셨는데, 남미의 과테말라까지 가셔서 한 달이나 있다가 오셨다. 한 해, 경주에서 세미나를 가졌을 때는 새벽에 한방에서 주무시다가 예배를 드리러 거실에 나오실 때, 나란히 젊은 사람처럼 커플 옷을 입고 나7시는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있게 보이던지 마치 한 쌍의 다정한 비둘기 같이 보이셨다.
지금부터 8년 전 팔순 독창회를 성대하게 하셨는데, 축하인사를 드리면서 “구순 때 또 하십시오”했더니 “그때까지 살면 또 해볼게”라고 말하시기에 “제가 봤을 때 백수까지 살 것 같습니다.”라고 답 해드렸다. 그리고 나서 한마디 더 드렸다. “그 이유는 호스피스를 하시기 때문입니다.”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인생, 삶 그리고 죽음은 사람에게 있어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인데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있는 하나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삶의 마지막 보고서(REPORT)를 어떤 내용으로 씨고 무엇으로 채워야 할 것인지를 이 가을 늦은 밤에 생각해 보니 쉽지만은 않은 난해한 질문의 결론은 그 분의 삶을 닮고 싶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