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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장승이 애기를 낳았어요"

용인신문 기자  2001.09.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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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낳는 돌을 알라.”
원삼면 문촌리 마을과 학일리 고초골 저수지로 가는 마을 길 분깃점 길옆에 세워져 있는 돌장승.
이 돌장승은 지난 86년 이후 전문 도굴꾼에 의해 도난 당한 후 돌장승에 대한 믿음을 간직한 한 고당리 주민에 의해 재현돼 마을 주민들에게 안식을 주는 믿음의 돌로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돌장승의 소박하고 넉넉한 마음을 닮은 농부 시인 홍사국씨(58·용인문학회)가 주인공.
“돌장승이 어찌 아기를 낳겠습니까. 돌장승에 대한 믿음으로 돌장승을 새롭게 만들어놨다는 것을 애기 낳는다고 말한거지요.”
홍씨는 돌장승이 사라진 것을 알고 92년부터 항상 눈에 익었던 돌장승을 기억에 떠올리며 돌장승을 깎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돌장승은 문촌리 마을 입구에 서 있으면서 문촌리 주민들의 신앙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신성한 돌장승을 맘대로 깎는다고 누군가 원망하면 어떻게 하는가하는 마음으로 깎다 말기를 반복하다가 98년에야 완성했다.
농사도 짓고, 동네 사람들 고장난 농기계 수리일도 겸해 하고 있는 홍씨는 쇠다루는 실력으로 돌장승도 어렵지 않게 깎았다.
그렇지만 홍씨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감히 완성된 돌장승을 사라진 빈 자리에 갖다 놓을 수가 없어 마당 한구석에 세워놨어요.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뭔가 소망이 있으면 오랜 세월 끝에 이뤄지나봐요.”
지난해 문촌리 노인회장과 총무가 홍씨 집을 방문했다가 사라진 문촌리 돌장승을 새로 깎아놓은 것을 알고는 곧바로 지난해 봄 고사를 지내고 동네 잔치를 하면서 마을 입구에 모셨다.
“집 마당에 있으면 돌맹이에 불과해요. 그런데 갖다 놓고 절하면 그때부터 마을 수호신이죠.”
홍씨는 돌장승이 없어지기 바로 직전 누군가 돌장승의 운명을 알았던지 눈에 빨간 페인트칠을 해서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것같았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사라진 원래 돌장승은 신라시대 것으로 화강암으로 만든 높이 110cm, 폭 45cm, 두께 13cm의 형태를 갖고 있다.
현재 돌장승 자리는 원래 산모퉁이 길 옆이었으나 바로 맞은편 길옆으로 옮겨진채 늘 변함없는 얼굴로 마을 주민들의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하고 있다.
홍씨는 지금 또다른 돌을 깎고 있다. 이름은 반쪽이.
앞 뒤 양면에 얼굴을 새기고 있는데 한쪽면에는 얼굴의 반만 새기고 있다. 사람의 마음에 항상 선과 악이 있는데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남은 반쪽 얼굴이 선하게 혹은 악염?새겨질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채 돌을 깎고 있다. 항상 선하게 살라는 교훈의 돌장승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