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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같은 돼지가 콜레라라니.."

용인신문 기자  1999.08.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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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믿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시키는데로 예방접종 다하고 밤낮없이 자식을 돌보는 심정으로 키웠습니다. 그런데 돼지콜레라 라니요…”
김용기씨는 지난 2일 수의과학검역원으로부터 자식과도 같은 자신의 돼지가 콜레라에 감염돼 있다는 통보를 받고는 망연자실했다. 고향인 강원도를 떠나 타향을 전전하며 남의농장에서 배운 돼지사육을 위해 용인에 정착한 지 2년도 채 안돼 빛더미로 거리에 나앉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가 용인시 포곡면 신원 2리로 이사온 것은 지난해 1월. 의정부에서 남의농장 일을 하며 배운 돼지사육을 위해 양돈으로 유명한 용인을 찾았다. 밑천이 없던 김씨는 여기저기 부채를 얻어 돼지사육을 시작한터라 돼지한마리 한 마리에 쏟는 애정은 남달랐다. 돈사도 세를 얻었다. 김씨부부는 밤낮없이 축사를 오가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돼지를 보며 희망에 찬 미래를 꿈꾸었다. 그 그러나 이같은 희망이 물거품이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돼지콜레라. 올 3월 혈청검사 결과에서 멀쩡했던 돼지가 돼지콜레라라니 믿기지 않았다.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김씨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은 감염이 확인된 돼지외에도 사육하고 있는 돼지까지 살처분하라는 통보였다. 줄잡아 1100여두. 차라리 신고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후회까지 들었다. 그렇다면 자식과도 같은 돼지를 눈앞에서 죽여야하는 처지는 면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돼지는 우리가족의 전재산입니다. 정성이란 정성은 다쏟아 부었지요. 예방접종하라면 하고 아무튼 시에서 시키는데로 다했지요. 그러나 이게 뭡니까”
그래도 김씨는 혹시나 인근농가에서 피해를 입을까봐 이같은 처분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매립할 땅이 없었다. 주변에 마땅한 장소를 물색해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이같은 처지에도 불구하고 방역당국과 시는 매립지 확보에는 신경을 쓰지않았다. 그나마 시는 몇차례 매립장소 협의를 위해 주민들과 접촉하는 것 같았지만 어려운 눈치였다.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들었다. 돈은 돈대로 새어나갔다. 김씨의 하루평균 돼지사육비는 60여만원. 그동안 정들었던 돼지를 굶겨죽일 수도 없던처지라 지금까지 600여만원의 헛돈만 날렸다.
8000여만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있는 김씨.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재간도 없어졌다. 분노까지 치밀었다. 시의 태도에는 더욱 그랬다. 평상시에는 존경하는 시민이지만 일만 생기면 언제나 내팽겨처지?현실을 뼈저리게 느꼈기때문이다.“이제는 문밖에 나가는 것 조차 두렵습니다”김씨는 요즘 하릴없이 자신의 돈사주위만 맴돌고 있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돼지의 눈망울을 응시한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