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떨고 있니?......”얼마 전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TV연속극 ‘모래시계’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최민수가 박상원에게 한 말이다. 학창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두 사람중 한 사람은 조직폭력집단의 의리 있는 보스로, 또 한 사람은 그의 검거를 지휘한 검사로서 다시 만난 것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미국 영화가 있었다. 오래 전 것이었는데 ‘비겁하게 죽어다오’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비행을 저지른 두 소년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데 마지막 수단으로 달리는 열차에 매달리게 된다. 한 소년이 가까스로 열차를 붙잡고 보니 다른 소년은 열차를 붙잡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 소년은 친구가 열차를 붙잡도록 도와주고 자신은 열차를 놓치고 만다.
결국 그는 경찰에 체포되어 20여년간 교도소를 전전하다가 출소하여 암흑가의 두목이 된다. 그리고 대범하며 의리 있는 그는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그를 사회가 용납할 수는 없었고, 끝내 붙잡히게 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사형이 집행되기 전날 밤 마지막 銖漫본潁?위해 신부 앞에 서는데 그 신부가 바로 그 때 헤어진 친구다.
신부는 친구에게 마지막 부탁을 한다. 청소년들에 대한 영향을 생각해서 사형장으로 끌려 갈 때에 제발 비굴한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엔 화를 냈으나 결국 그는 마음을 바꾸어 비굴한 모습을 연출하며 형장으로 간다.
요즘 우리 사회에 조폭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으며, 사회-특히 청소년층에서 그들을 미화 내지 동경하고 있는 듯하여 심히 우려되고 있다. ‘친구’를 비롯하여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나 TV극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고, 일부 청소년은 제발로 조폭을 찾아가 말단 행동대원을 자청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떤 17세의 고교생은 영화‘친구’를 보고 거기에 심취되어 수십번을 본 뒤 그 내용을 흉내내기 위해 한 학우를 칼로 찔러 살해하였다. 기막히다기 보다는 섬뜩하다.
이렇게 ‘조폭 신드롬’이라 할 만큼 폭력이 미화되고 많은 청소년들이 그 세계를 동경하게되는 원인 중의 하나는 우리 주변에 모두의 존경을 받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말하는 옛 성현들은 고리타분하고 현실에 맞지 않으며, 현실의 정치인들은 멱살잡이나 하고 원색적인 상호비방만 일삼고있으며, 신문에는 사기꾼ㆍ협잡꾼 기사가 온 지면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세태에서 의리(?)로 뭉쳐 용감하게 행동하는 조폭들의 모습은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리판단 기준이 없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그들의 행동을 미화한 영화나 TV극에 매료되고 그들을 동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든 폭력을 수용하거나 미화해서는 않되며, 우리의 청소년들을 이렇게 두어서는 않된다. 청소년들은 곧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주역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 권위가 필요한 곳에는 권위를 실어 주어야 한다. 국가, 학교, 가정, 도덕, 법 등이 그것이다.
특히 학교는 최근에 그 권위가 가장 많이 추락한 곳으로 볼 수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대드는가 하면 한 대 맞았다고 경찰에 고소를 하고, 학부형이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구타했다는 말은 이제 얘기꺼리도 못된다. 정말 이래서는 않된다.
차제에 우리의 교육목표도 바꾸었으면 한다. ‘충효’라는 덕목은 낡고 케케묵은 것으로 고리타분하며 현실감이 없다.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것, 청소년들의 취향에 맞는 실질적인 것으로 하였으면 좋겠다.
우리 청소년들의 일그러진 영웅상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교육, 그리고 사회가 하루 빨리 실현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