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서 또 다시 입시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본격적인 입시철을 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지난해에는 너무 쉽게 출제되어 만점을 맞은 학생이 66명이나 되고, 전반적으로 점수가 인플레되어 각 대학들이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변별력이 없다하여 말이 많았었다. 따라서 올해에는 약간 난이도를 높여 보겠다는 것이 애초의 의도였다.
그러나 금년 수능시험을 본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은 형편없이 낮아진 점수로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지금은 가채점 결과이지만 다음달에 공식적인 점수를 발표하면 그 반응이 충격과 분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서울 O고등학교의 경우 평소 전교 수석이며 모의고사 때 거의 만점을 받던 학생이 361점을 맞은 것으로 파악되고, 350점 이상인 학생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져 학교에 비상이 걸리고 모두가 침통한 분위기라고 한다.
또한 서울에 소재한 E여자고등학교에서는 가채점해 본 결과를 제출하라는 담임교사의 말에 학생들이 울음을 터뜨려 교실 전체?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관내 고등학교에서는 그 결과에 대해 아직 어떠한 반응이 없지만 역시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채점을 하면서 너무 낮은 점수가 나오니까 더 이상 채점할 의욕을 잃고 포기하여 점수파악이 않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고3 담임교사와 진학상담교사들은 매년 바뀌는 교육정책과 수능시험의 난이도 때문에 진학지도의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어서 애를 먹고 있다.
이번 수능시험은 난이도 조절 등에 있어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시험을 직접 본 수험생중 한 사람은 “밥을 지으라고 했더니 죽을 쑤어놓아 다시 지으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생쌀을 올린 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요즘 인터넷에는 수능시험을 비판하는 글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영국의 BBC방송은 우리의 수능시험을 ‘앞으로 남은 인생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르는 시험’또는‘사생결단의 시험’이라고 보도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교육현실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왠지 부끄럽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에는 먼저 ‘어느 학교 출신인가 ’를 따진다. 사람을 처음 만나도 어느 대학 출신인가를 알고 싶어하며, 결혼상대자를 고를 때에나 취직을 할 때에도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은 일류대학에 가기를 원하고 자기가 못 이루었을 경우 자녀는 더욱 더 일류대학에 넣고 싶어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의 모든 교육은 대부분이 이를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불법과외든 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사회적으로 이와 같은 ‘일류대학병’이 잘못이라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자신의 일인 경우에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여기에 관련된 교육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는 데에 있다.
백년대계여야 하는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는 것은 전국민에게 있어서 초미의 관심사인 이것을 개선하여 자기 임기 중에 큰 업적을 남기려는 정치ㆍ행정가들의 단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크게 잘못된 생각들이다.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을 가는 나라’가 한국이라면 우리의 교육은 잘못되어도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 하루 빨리 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