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문화칼럼/장은열

용인신문 기자  2001.11.10 00:00:00

기사프린트

훈(壎)을 처음 만나고

훈(壎)을 처음 만난 것은 4년 전, 어느 날 도예가 김용문 선생님을 만나면서 훈(壎)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꼭 생긴 것은 저울추 모양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복숭아처럼 생긴 것이 참으로 재미있었던 기억이 훈(壎)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한 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양음악을 한 나에게는 참으로 특별한 소리였다. 한마디로 자연의 소리 그 자체였다.
그러나 선생님께 받은 훈(壎)은 선생님께서 음정의 체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지 음정이 정확하지 않았다. 그 후 정확한 음정을 찾는데 나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김용문 선생님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훈(壎)(勳)이란 악기를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나는 오산과 용인을 매주 일요일마다 오가며 소리 찾기에 열심이었다. 물론 흙을 빚는 것은 선생님이 했고 나는 악기로서의 생명을 불어넣었다.
만드는 과정은, 물레를 돌려서 모양을 만들고, 말려서 정확한 지공을 만들어 초벌을 하고, 초벌을 하면서 훈(壎)이 수축하는 편차를 감안하여 음정을 확인하고, 다시 유약을 발라서 재벌을 하면 "훈(壎)"이라는 하나의 악기가 탄생한다. 그러나 모든 공정이 수공업으로 이루어지고, 가마에 들어가면 불에 의해 음정이 달라져 악기로서의 성공률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지금은 매주 오산과 용인을 오고가기가 어려워 훈(壎) 악기 개량 작업을 용인에서 이평옥씨의 도움을 받아 혼자 한다.
우리나라 전통 훈(壎)은 앞에 3공 뒤에 2공. 그리고, 취구(吹口)가 있는데, 이번에 개량된 훈(壎)은 중국의 훈(壎)과 상당히 흡사하다. 훈(壎)은 우리나라 전통악기 중 토부(土部)에 속하는 공명악기로 중국 고대 토기시대의 악기로, 우리나라에는 1116년(고려 예종 11) 중국 송나라에서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문묘제례악에서만 쓰이고 있는데, 이것을 좀더 개량 발전시켜 처음에는 7공, 8공, 10공의 훈(壎)(勳)을 만들었지만 문제점을 보완하여 앞에는 6공 뒤에 2공 취구로 이루어진 8공의 훈(壎)을 우리나라 전통선율인 "평조"에 맞춰 기본 음계를 만들어 반규법(半竅法:반만 구멍을 막는 지법)을 사용하여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을 같이 할 수 있도록 음악적 표현에 있어 좀더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많은 노력과 개발이 더 필요하다.
지난 9월 20일 세계 도자기 엑스포에서 용인의 날 행사 때 곤지암 공연장에서 연주와 전시를 계획하고 여름에 작업을 10여점의 악기를 준비했는데 전시는 사정상 못하고 창작곡 "鳳順(자유로운 새)"을 연주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창작곡 鳳順(자유로운 새)이라는 작품은 인간의 자유를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주어진 틀 안에 즉, 사회 속에서 인간과 인간이 서로 공존하는 자연의 순리와 법칙을 익히며 살면서 인간에게 순응하는 그런 모순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고, 태초에 인간의 자유로운 사상을 새에 비유했으며, 새의 소리를 자연의 악기인 훈(壎)으로 표현한 포퍼먼스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도자기 엑스포 전시장 세 곳을 돌아다녀 보아도 훈(壎)과 비슷한 악기는 없었다. 다만 훈(壎)과 같은 원리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는 남미에서 출품한 "오카리나" 뿐이었다. 그러나 엄격하게 따지면 훈(壎)과 오카리나는 취구(吹口)부터가 다르다. 오카리나는 원래 남미의 악기인데 일본사람들이 상업화에 성공한 악기로 알고 있다. 특히 다큐멘터리 " 실크로드"의 배경음악에 사용되면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악인 김영동씨가 중국의 훈(壎)을 들여와 "바람의 소리"라는 음반을 몇 년 전에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용인지역의 도자기 역사는 고려 때부터 전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은 가까운 이천이나 여주 보다 무려 500년이나 앞선 것이라 한다. 우리 용인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발전시킨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자연의 악기인 훈(壎)은 물·불·흙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악기이다.
앞으로 더욱 발전된 훈(壎)의 소리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