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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흙으로 빚는 장인정신

용인신문 기자  2001.1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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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한옥 및 궁궐에서 사용하던 치미, 취두, 용두, 절병통, 잡상 등 장식 기와를 제작하고 있는 기와 장인 송규정(51)씨.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몇 안되는 장인으로 전통을 재현하고 있는 송씨는 두달전 남사면 완장리로 이사와 집 앞 비닐 하우스를 작업실 삼아 작품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용머리, 치미, 취두, 잡상 등이 마치 설치 미술품처럼 나란히 어두컴컴한 하우스속에 늘어서 있다.
찰흙으로 빚어놓은 작품들은 왠만한 힘으로 들어올리기 힘들다. 규모가 작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큰 치미는 200kg에 이르는 것도 있다.
송씨의 이 작품들은 기와공장으로 옮겨져 섭씨 1000도가 넘는 가마에서 구워진다.
보통 고궁보수, 사찰 신축 및 보수, 성곽 보수에 사용되는 장식기와들은 거의 수요가 없다. 특히 제작자는 판로를 개척하기 힘들어 보통 기와공장을 통해 판매하게 되는데 실제 거래되는 가격과 송씨가 제작해서 판매하는 가격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보통 용두의 경우 큰것은 150만원 정도 하지만 정작 제작자인 송씨는 약 10분의 1 가격을 받고 있다.
여러모로 홀대를 받는 분야지만 송씨는 이 일을 선뜻 놓지 못한다. 쓰이는 곳도 별로 없고 생계 수단도 되지 않지만 당장 이 일을 놓으면 전통의 맥이 끊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틀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빚는 사람은 전국에서 송씨를 비롯 두명정도밖에 없다. 물론 송씨도 일부는 틀과 손작업을 혼용한다. 손으로만 빚을 경우 금이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송씨가 장식 기와를 배운 것은 지난 84년이다. 사업이 망하면서 기와공장에 취직했는데 어려서부터 흙을 좋아했던 송씨는 장식 기와에 흥미를 갖게 됐다. 당시 장식 기와를 하던 장인이 그 공장에 한명 있었는데 옆집에 살면서도 한번도 송씨에게 제작방법을 보여주지 않았다.
송씨는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보면서 제작을 시도했다. 그후 장식 기와에 푹빠져 전국의 사찰과 고궁, 성곽을 헤맸다.
밤을 꼬박 세워가며 익혀온 전통의 길. 이제 뒤를 잇겠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다. 쓰임새도 별로 없고 돈벌이도 되지 않는다.
송씨는 “이 분야의 연구도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실정”이라며 “언젠가는 우리 곁에서 영영 사라질지 모를 일”이라고 안타까와 한다.